채권가격과 수익률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기준금리와 시장의 기대, 신규채권과 기존채권의 가격 조정

채권은 발행 당시 약정된 이자가 유지되는 대신 시장금리의 변화에 따라 거래가격이 조정되는 금융상품이다. 시장금리가 오르면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채권의 가격이 내려가고, 시장금리가 내리면 기존채권의 상대적 가치가 높아져 가격이 상승한다. 기준금리는 이러한 변화의 출발점이지만 장기금리는 물가와 경기 전망, 국채 발행량, 중앙은행의 공개시장조작,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 이동까지 함께 반영해 결정된다. 결국 채권시장은 고정된 미래 현금흐름에 대해 현재의 시장이 끊임없이 새로운 가격을 매기는 구조이며, 이것이 채권가격과 수익률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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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은 일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에 원금을 상환하는 금융상품이다. 채권을 이해할 때는 액면가, 표면금리, 시장가격, 만기수익률을 구분해야 한다. 액면가는 만기에 상환되는 금액이고, 표면금리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약정된 이자율이다. 예를 들어 액면가가 500달러이고 표면금리가 연 2.5%라면 연간 이자는 12.50달러다. 이자를 반기마다 지급하는 채권이라면 한 번에 6.25달러씩 지급한다.

채권이 발행된 뒤에는 약정된 이자가 시장금리에 따라 달라지지 않는다. 연 2.5%의 이자를 지급하기로 발행된 채권은 시장금리가 오르거나 내려도 계속 같은 이자를 지급한다. 대신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의 가격이 변한다. 이 가격의 변화를 통해 기존채권의 실질적인 투자수익률이 현재의 시장금리에 맞추어진다.

시장금리가 상승하면 새로 발행되는 채권은 대체로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기존채권을 액면가 그대로 사려는 사람은 줄어든다. 기존채권은 가격이 충분히 낮아져야 새로운 채권과 비슷한 투자수익을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오르면 기존채권의 가격은 하락한다.

반대로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기존채권의 상대적인 가치가 높아진다. 새로 발행되는 채권보다 기존채권이 더 많은 이자를 지급한다면 투자자는 기존채권에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의사가 생긴다. 따라서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기존채권의 가격은 상승한다. 채권가격과 채권수익률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원리는 여기에서 나온다.

표면금리와 채권수익률은 서로 다른 개념이다. 표면금리는 발행 당시 정해져 만기까지 유지되는 약정 이자율이지만, 채권수익률은 현재 시장가격을 기준으로 계산한 투자수익률이다. 액면가 500달러인 채권이 매년 12.50달러의 이자를 지급하더라도, 이를 400달러에 매입한 사람과 600달러에 매입한 사람의 수익률은 같지 않다. 낮은 가격에 살수록 수익률은 높아지고, 높은 가격에 살수록 수익률은 낮아진다.

신규채권과 기존채권은 서로 분리된 시장이 아니다. 신규채권이 더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면 기존채권의 가격이 내려가고, 기존채권의 조건이 더 유리하면 그 가격이 올라간다. 투자자들의 매매와 차익거래를 통해 만기와 위험이 비슷한 채권들의 수익률은 서로 비슷한 수준으로 조정된다. 신규채권의 발행조건과 기존채권의 시장가격은 모두 당시의 시장금리와 미래에 대한 기대를 반영한 결과다.

시장금리의 출발점에는 중앙은행의 기준금리가 있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은행의 자금조달 비용과 단기 시장금리가 대체로 상승하고, 기준금리를 내리면 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단기금리의 변화는 예금과 대출, 기업어음, 채권 등 금융시장 전반으로 전달된다. 다만 중앙은행이 모든 금리를 직접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장기금리는 앞으로의 기준금리 전망과 물가상승률, 경기전망, 재정상태, 채권의 수요와 공급을 함께 반영한다.

예를 들어 중앙은행이 현재의 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장이 앞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예상한다면 장기금리는 충분히 내려가지 않을 수 있다. 정부가 대규모 재정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리는 경우에도 채권 공급이 증가하면서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경기침체가 예상되어 안전자산 수요가 커지면 기준금리의 변화가 없어도 국채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금융시장의 유동성을 조절한다. 중앙은행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매입하면 그 대금이 은행의 지급준비금으로 들어간다. 은행 시스템의 유동성이 늘어나면서 단기금리에는 하락 압력이 발생한다. 동시에 중앙은행의 매입으로 채권 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채권가격은 상승하고 수익률은 낮아진다.

중앙은행이 채권을 매각하면 반대의 과정이 일어난다. 금융기관이 채권대금을 지급하면서 은행 시스템의 지급준비금이 감소하고, 시장의 유동성도 줄어든다. 채권 공급이 늘어나면 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수익률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중앙은행은 이러한 거래를 통해 단기 시장금리가 정책목표에 부합하도록 관리한다.

양적완화도 기본적인 구조는 채권 매입과 같다. 다만 통상적인 공개시장조작보다 장기국채나 주택저당증권 등을 훨씬 큰 규모로 매입한다는 차이가 있다. 중앙은행은 장기채권의 수요를 늘려 장기금리를 낮추고, 투자와 소비를 촉진하려 한다. 반대로 보유자산을 축소하면 시장이 흡수해야 할 채권 물량이 늘어나므로 장기금리에는 상승 압력이 생길 수 있다.

채권시장은 국내의 통화정책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해외 중앙은행과 기관투자자의 자금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국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입하면 국채 수요가 증가하여 가격이 상승하고 수익률은 하락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미국 국채를 사기 위해 달러를 확보해야 하므로 달러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도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해외 투자자가 미국 국채를 대량으로 매도하면 국채가격에는 하락 압력이, 국채수익률에는 상승 압력이 생긴다. 매각대금을 다른 통화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달러 가치에도 하락 압력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의 금리와 환율은 어느 한 종류의 거래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미국의 통화정책, 물가와 경기전망, 재정적자, 국채 발행량, 국제적인 위험회피 심리가 동시에 작용한다.

결국 채권시장은 약정된 이자가 변하는 시장이 아니라, 고정된 현금흐름의 가격이 계속 조정되는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준금리와 인플레이션 전망, 경기상황, 중앙은행의 채권 매매, 정부의 국채 발행, 국내외 투자자의 자금 이동이 시장수익률을 형성한다. 그리고 시장수익률이 변하면 기존채권의 가격이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며 새로운 균형을 찾아간다. 이 구조를 이해하면 금리 상승기에 채권가격이 하락하고, 금리 하락기에 채권가격이 상승하는 이유를 자연스럽게 설명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