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재건축 62억 분담금 논란…정말 ‘사업성 악화’인가
반포 재건축에서 ‘사업성 악화’라는 말은 자칫 본질을 가린다. 50년 가까이 사용한 낡은 건물을 새로 짓는 데 비용이 드는 것은 당연하며, 핵심은 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다. 기존 조합원이 내면 분담금이고, 일반분양자가 더 내면 분양수입이며, 용적률을 높이면 더 많은 신규 소유자에게 토지와 개발가치를 나누는 방식이 된다. 따라서 사업성이 없다는 말은 사업 자체가 경제적으로 무가치하다는 뜻이라기보다, 기존 소유자가 원하는 수준의 부담으로는 계산이 맞지 않는다는 의미일 수 있다. 토지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건축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결국 재건축에서 물어야 할 것은 ‘사업성이 있느냐’보다 ‘누가 건축비를 내고, 그 대가로 기존 소유자는 무엇을 내놓는가’다.
재건축 기사만 읽다 보면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지표가 하나 더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다.
사업성.
공사비가 오르면 사업성이 나빠진다. 분양가가 낮으면 사업성이 안 나온다. 용적률을 더 줘야 사업성이 좋아진다. 일반분양을 늘려야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성이 나빠지면 큰일이 난 것처럼 이야기한다.
이번에는 반포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차 재건축의 추정 비례율이 55.16%까지 떨어졌고, 조합원의 추정분담금이 최대 61억7500만원에 이를 수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물론 62억원이라는 숫자는 조심해서 볼 필요가 있다. 기존 전용 68㎡ 소유자가 재건축 후 전용 150㎡ 펜트하우스를 선택하는 경우다. 비슷한 크기인 전용 65㎡를 선택하면 추정분담금은 4억8000만원이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 4억8000만원이라는 숫자가 더 흥미롭다.
1978년에 지어진 아파트를 헐고 2020년대 후반의 새 아파트를 짓는데 돈이 든다.
그게 이상한 일인가.
반포에서도 사업성이 필요하다
신반포2차가 있는 곳은 대한민국에서도 가장 비싼 땅 가운데 하나다.
한강변이고, 반포와 잠원의 생활권을 누린다. 기존 아파트 가격도 수십억원이다.
그런 곳에서도 재건축을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사업성이 등장한다.
공사비가 너무 올랐다.
분양가상한제 때문에 일반분양 수입을 충분히 올릴 수 없다.
비례율이 떨어졌다.
조합원 분담금이 커진다.
그러니 사업성이 악화됐다.
여기까지 듣고 나면 이상한 질문 하나가 생긴다.
도대체 우리가 말하는 ‘사업성’이란 무엇인가.
재건축 아파트가 팔리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새로 지은 반포의 아파트에 수요가 없다는 뜻도 아니다.
땅의 가치가 낮다는 뜻은 더더욱 아니다.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걱정하는 사업성은 훨씬 구체적인 것을 뜻한다.
기존 소유자가 자기 돈을 얼마나 적게 넣고 새 아파트를 받을 수 있는가.
여기서부터 이야기가 묘해진다.
오래 쓴 건물을 새로 짓는 데 왜 돈을 내면 안 되는가
신반포2차는 1978년에 준공됐다.
거의 반세기를 사용한 건물이다.
우리는 자동차를 15년 타고 새 자동차를 사면서 “차량 교체 사업성이 악화됐다”고 말하지 않는다.
공장이 30년 된 설비를 교체하면서 새 기계값이 많이 든다고 해서 정부에 용적률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사용한 자본재를 교체하려면 돈이 드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주택이라고 본질적으로 다르지는 않다.
아파트라는 자산을 아주 단순하게 나누면 토지와 건물이다.
토지는 남는다.
건물은 낡는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신반포2차 주민들은 건물을 사용했다. 건물의 물리적·경제적 수명은 그 기간 동안 계속 소모됐다.
그 비용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다.
매년 조금씩 발생했다.
다만 자가주택이기 때문에 감가상각비라는 이름으로 장부에 적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토지가격이 엄청나게 상승하면서 건물의 노후화는 자산가격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았다.
집값은 5억원에서 10억원이 되고, 20억원에서 30억원이 되고, 어떤 집은 40억원이 됐다.
사람은 자신이 엄청나게 부자가 되었다고 느낀다.
그런데 막상 건물을 다시 지을 때가 오면 몇억원을 내야 한다.
그 순간 갑자기 이런 말이 나온다.
사업성이 없다.
나는 이 표현이 늘 이상하다.
50년 가까이 사용한 건물을 새것으로 교체하면서 4억8000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는 사실이 왜 곧바로 ‘사업성 악화’가 되는가.
오히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 아닐까.
그동안 건물을 사용하면서 새 건물을 지을 비용을 얼마나 축적해 놓았는가.
새 아파트는 공짜 교환권이 아니다
재건축을 바라보는 우리의 심리에는 묘한 전제가 하나 숨어 있다.
헌 아파트를 주면 새 아파트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가급적 돈도 많이 내지 않아야 한다.
잘하면 오히려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
그래야 재건축을 잘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헌 아파트와 새 아파트 사이에는 엄청난 건축비가 들어간다.
누군가는 그 돈을 내야 한다.
기존 소유자가 내지 않는다면 방법은 몇 가지 없다.
일반분양자가 더 많이 내거나,
더 많은 세대를 지어서 일반분양 수입을 늘리거나,
규제를 완화해 새 개발가치를 만들어주거나,
어딘가에서 비용을 보조해야 한다.
돈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가 내느냐가 바뀔 뿐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과정을 아주 편리한 단어 하나로 압축한다.
‘사업성 개선.’
용적률은 돈이 아니다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처방도 익숙하다.
용적률을 올려줘야 한다.
그 말을 돈으로 번역하면 이렇다.
같은 땅 위에 집을 더 많이 짓게 해주면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아파트를 팔 수 있고, 그 돈으로 기존 주민의 건축비를 충당할 수 있다.
물론 용적률 상향을 단순히 기존 토지를 잘라 파는 것과 완전히 동일하게 볼 수는 없다.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추가적인 개발권을 도시계획을 통해 새로 만들어주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 역시 하늘에서 떨어지는 공짜 돈은 아니다.
같은 면적의 도시 토지에 더 많은 사람이 살게 된다.
도로와 교통과 학교와 공원과 기반시설을 함께 사용한다.
도시는 더 높은 밀도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기존 소유자만 사용하던 토지에는 더 많은 구분소유자의 대지지분이 설정된다.
즉 용적률 상향은 사회가 희소한 도시 공간을 더 집약적으로 사용하도록 허용하는 결정이다.
그로 인해 생겨난 경제적 가치가 기존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여준다.
그것을 우리는 또 ‘사업성’이라고 부른다.
그렇다면 적어도 질문은 해야 한다.
왜 기존 소유자의 새 건물 건축비를 줄여주는 것이 도시계획의 당연한 목표가 되어야 하는가.
일반분양도 공짜 돈이 아니다
일반분양도 마찬가지다.
재건축 사업에서 일반분양 물량이 많으면 사업성이 좋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새 아파트를 팔아 돈을 받으니 조합원 부담이 줄어든다.
하지만 회계적으로 조금 다른 각도에서 보면 그 의미는 명확하다.
기존 조합원이 독점적으로 보유하던 토지 위에 새로운 소유자를 받아들이고 그들로부터 현금을 받는 것이다.
새 입주자는 건물만 사는 것이 아니다.
그 아파트에 부속된 대지권도 취득한다.
따라서 일반분양 수입을 아무런 대가 없이 발생하는 개발이익처럼 볼 수는 없다.
비상각자산인 토지에 대한 기존 소유자의 독점적 권리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뉘고, 그 대가로 들어온 돈이 새 건물을 짓는 데 사용된다.
분담금은 줄어든다.
대신 땅은 더 많은 사람이 나눠 가진다.
이 교환이 유리할 수도 있다.
서울처럼 토지의 효율적인 이용이 필요한 도시에서는 사회적으로도 바람직할 수 있다.
새로운 주택을 공급한다는 공익도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공짜라는 뜻은 아니다.
그래서 ‘사업성’ 앞에는 주어가 필요하다
나는 재건축 기사에서 앞으로 ‘사업성’이라는 말 앞에 반드시 주어를 붙였으면 좋겠다.
누구의 사업성인가.
기존 조합원의 사업성인가.
건설사의 사업성인가.
새로 주택을 구입할 일반분양자의 부담능력인가.
도시 전체의 경제성인가.
주택공급이라는 사회적 편익까지 포함한 사업성인가.
이것들은 서로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런데 지금은 대부분 뒤섞여 있다.
조합원의 분담금이 늘어나면 사업성이 악화됐다고 한다.
일반분양가를 더 받을 수 있으면 사업성이 개선됐다고 한다.
용적률을 올려 일반분양 물량이 증가하면 사업성이 좋아졌다고 한다.
결국 많은 경우 ‘사업성이 좋아졌다’는 말은
기존 소유자가 부담해야 할 돈을 다른 곳에서 더 많이 조달할 수 있게 됐다
는 뜻이 된다.
그래서 나는 그놈의 사업성이라는 말을 한번 해보고 싶은 것이다.
사업성이라는 단어가 너무 많은 것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다.
비례율 55%가 말해주는 것
이번 신반포2차의 추정 비례율은 55.16%다.
숫자만 보면 처참해 보인다.
하지만 비례율 역시 맥락을 봐야 한다.
비례율은 사업 후 총수입에서 사업비를 뺀 금액을 종전자산평가액과 비교해 계산한다.
반포처럼 기존 토지가격 자체가 엄청나게 비싼 지역은 분모가 크다.
따라서 비례율이 낮다는 사실만 가지고 사업 자체가 경제적으로 무가치하다거나 기존 소유자의 재산 절반이 사라진다고 해석할 수는 없다.
오히려 신반포2차의 사례는 조금 다른 사실을 보여준다.
토지가 아무리 비싸도 새 건물을 짓는 데는 돈이 든다.
토지가격 상승과 건축비는 별개의 문제다.
내 땅이 30억원짜리에서 50억원짜리가 되었다고 해서 콘크리트와 철근과 유리와 인건비가 공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이 당연한 사실이 재건축 단계에서 다시 나타나는 것이다.
반포 사람들은 가난한가
그렇다고 신반포2차 주민들이 가난하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자산을 가진 가구가 많이 사는 지역일 것이다.
그런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사례가 흥미롭다.
수십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몇억원의 재건축 분담금이 생겼을 때 우리는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가.
‘분담금 폭탄’인가.
‘사업성 악화’인가.
아니면 50년 가까이 사용한 건물을 새로 짓기 위한 자본투입인가.
자산가격과 현금은 다르다.
40억원짜리 아파트를 가지고 있어도 현금 5억원이 없을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
자산은 많이 올랐지만 건물을 다시 지을 유동자본은 충분히 축적하지 못했다.
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용적률 상향과 일반분양이라면, 결국 토지에서 발생하는 개발가치 일부를 현금화해서 건축비를 충당하는 것이다.
그것 역시 선택이다.
다만 그것을 ‘사업성 확보’라는 말 하나로 포장하면 무엇을 주고 무엇을 받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토지가격 상승은 건물을 다시 지어주지 않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서울 아파트 소유자들이 경험한 부의 상당 부분은 토지가격 상승이었다.
그것은 진짜 부다.
평가이익이라고 해서 가짜라는 뜻은 아니다.
좋은 위치의 희소한 토지를 소유했기 때문에 그 자산의 가치가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그것과 자본의 유지 문제는 다르다.
30년, 40년, 50년 동안 건물을 사용했다면 결국 새로운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그때 기존 토지를 하나도 희석하지 않고 같은 토지지분 위에 새 건물을 가지려면 새 건물의 건축비는 누군가가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가장 자연스러운 사람은 그 건물을 소유하게 될 사람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 사람이 돈을 많이 내야 하면 사업성이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업성을 높여달라고 사회에 요구한다.
용적률을 더 달라.
일반분양을 더 허용해달라.
분양가를 올려달라.
각종 부담금을 줄여달라.
모두 개별적으로는 논의할 수 있는 주장이다.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용적률 인센티브가 필요할 수도 있고, 지나친 규제가 재건축을 막고 있다면 완화하는 것이 맞을 수도 있다.
분양가상한제가 일반분양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을 기존 토지소유자에게 사실상 부담시키는 구조인지도 따져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그런 정책 논의와
“내가 새 아파트를 받는데 돈을 많이 내니까 사업성이 없다”
는 이야기는 구분해야 한다.
사업성은 자연법칙이 아니다
사업성이라는 말에는 묘한 권위가 있다.
사업성이 안 나온다고 하면 정책이 잘못된 것처럼 들린다.
용적률을 올려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하면 마치 경제적으로 당연한 처방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사업성은 자연법칙이 아니다.
어떤 조건을 놓고 계산하느냐의 문제다.
기존 주민의 분담금을 0원으로 만들겠다는 조건을 놓으면 엄청난 사업성이 필요하다.
5억원을 부담할 수 있다고 가정하면 필요한 사업성은 크게 달라진다.
10억원까지 자기 자본을 넣겠다고 하면 또 달라진다.
일반분양자가 시세에 가까운 가격을 내도록 허용하면 달라지고,
용적률을 크게 높이면 또 달라진다.
결국 사업성은 하나의 숫자가 아니다.
누가 얼마를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분배의 문제다.
그래서 사업성이 없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이제 이렇게 묻고 싶다.
누구에게?
그리고 누가 대신 내주면 사업성이 생기는데?
반포가 보여주는 아주 단순한 사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땅에서도 결국 건축비는 내야 한다.
그것이 이번 반포 재건축 이야기가 보여주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사실 아닐까.
50년 된 아파트를 허물고 최고급 새 아파트를 짓는데 돈이 든다.
그 돈을 기존 소유자가 내면 분담금이다.
새 입주자가 내면 일반분양 수입이다.
더 많은 집을 지어 마련하면 용적률 인센티브다.
분양가를 높여 마련하면 일반분양자의 부담이다.
공공이 지원한다면 사회의 부담이다.
이름만 달라질 뿐 건축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진짜 질문은 ‘사업성이 있느냐’가 아니다.
누가 그 건축비를 부담하는가.
그리고 그 대가로 기존 소유자는 무엇을 내놓는가.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 한다.
반포의 오래된 아파트가 새 아파트로 바뀌는 것은 멋진 일이다.
한강변 도시경관이 좋아지고 주택 수도 늘어나며 주민의 주거환경도 개선될 수 있다.
충분히 가치 있는 사업이다.
그러나 가치 있는 사업과 공짜인 사업은 다른 말이다.
수십 년 동안 사용한 건물을 다시 지으면서 돈이 든다는 사실까지 ‘사업성 악화’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어느 순간 사업성이라는 말의 뜻은 이상해진다.
그래서 다음 재건축 기사에서 또 이런 문장을 보게 될 것 같다.
공사비 상승으로 사업성이 악화됐다.
용적률을 높여 사업성을 확보해야 한다.
일반분양을 늘려 사업성을 개선해야 한다.
그때는 한번만 더 물어봤으면 한다.
그놈의 사업성.
도대체 누구의 사업성인가.
그리고 그 사업성을 좋게 만들기 위해,
이번에는 누가 돈을 내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