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이 하던 일을 1명이 한다면, 나머지 9명은 어디로 갈까

AI의 확산은 단순히 기존 일자리를 대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세대가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기업은 AI를 활용해 더 적은 인력으로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교육할 경제적 유인은 약해질 수 있다. 이미 숙련된 근로자에게 AI는 생산성을 높이는 도구가 되지만, 아직 경험을 쌓지 못한 청년들에게는 그 기회 자체를 빼앗는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이는 단순한 실업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과 경력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미래의 노동소득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에 관한 문제이며, 장기적으로는 다음 세대의 자산 형성과 구매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AI 시대의 더 근본적인 문제는 사람이 하던 일을 누가 대신하느냐가 아니라, 앞으로 사람은 어디에서 일을 배우고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느냐는 것이다.

들배지기 · 질문 · 현재 유효 · 공개 · 수정

AI가 없애는 것은 일자리만이 아니다

최근 MBC 뉴스에서 인공지능 도입으로 일자리를 잃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27살 지현 씨는 3년 넘게 소비자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을 해왔다. 그런데 어느 날 회사로부터 갑작스럽게 권고사직을 통보받았다. 함께 일하던 팀원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이유는 고객사의 요구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보고서까지 작성해 주는 서비스를 구매했다. 그러나 이제 고객들은 데이터만 있으면 인공지능으로 직접 분석할 수 있다며 원자료만 제공해 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데이터만 주세요. 나머지는 AI가 할 테니까요."

이 짧은 문장에는 앞으로 노동시장에서 벌어질 변화가 압축되어 있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하지만 실제로 무엇이 어떻게 대체되는지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사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회사가 인공지능을 도입해 직원들을 해고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고객이 더 이상 사람이 수행하는 분석 업무에 과거와 같은 비용을 지불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되었다는 점이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그 대가를 받아 운영된다.

고객이 데이터 분석 보고서에 충분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면 기업은 그 업무를 수행할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반대로 고객이 분석 보고서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면 기업은 기존의 인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것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 수요의 문제다.

과거에는 데이터를 분석하려면 전문적인 지식과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고객은 직접 분석하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비용을 지불하는 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고객이 직접 분석할 때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크게 낮아진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분석이 항상 정확한 것은 아니다. 데이터의 품질을 검증하고, 결과의 의미를 해석하며, 잘못된 결론을 찾아내는 데는 여전히 인간의 전문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고객이 최고 수준의 분석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상당수 고객에게는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저렴하고 빠르게 얻는 것으로 충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 분석 서비스의 가격은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업무를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만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객이 더 이상 그 업무에 사람을 고용할 만큼의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해도 일자리는 줄어들 수 있다.

이 차이는 중요하다.

우리는 흔히 인공지능과 인간의 능력을 비교한다. 인공지능이 아직 인간보다 부족한 부분이 있고,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존재하므로 일자리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기업의 의사결정은 반드시 최고의 결과물을 생산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은 생산에 투입하는 비용과 그로부터 얻는 수익을 비교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80%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더라도 비용이 현저히 낮고, 고객이 그 품질을 받아들인다면 기존의 생산방식을 유지할 경제적 이유는 약해질 수 있다.

이는 경영자의 도덕성만으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

경쟁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활용해 동일한 서비스를 더 저렴하게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기존 인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기업은 가격 경쟁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

결국 기업은 생산방식을 변경할 유인을 갖게 된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인력 감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용 절감으로 서비스 가격이 낮아지면 새로운 수요가 발생할 수 있고, 기업이 더 많은 고객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 수도 있다.

그러나 생산성이 향상된다는 사실과 기존 근로자들의 고용이 유지된다는 사실은 별개의 문제다.

기업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지는 과정에서 특정 근로자의 경제적 가치는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

여기서 더 근본적인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지현 씨는 3년 넘게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고 한다.

3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히 임금을 받으며 일한 기간이 아니다. 데이터를 다루고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업무 경험을 축적한 시간이기도 하다.

사람은 처음부터 숙련된 전문가로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는다.

처음에는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자료를 조사하고, 데이터를 정리하고, 문서를 작성하면서 자신이 다루는 업무의 구조를 이해한다.

이 과정에서 실수를 경험하고, 상사의 지도를 받으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그렇게 축적된 경험이 이후 더 복잡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발전한다.

기업이 신입사원을 고용하는 것은 현재 필요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일이지만, 동시에 미래의 숙련된 노동력을 형성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은 바로 이러한 초기 업무에서 빠르게 활용되고 있다.

자료 조사와 정리, 기초적인 분석과 문서 작성은 인공지능이 비교적 쉽게 지원하거나 자동화할 수 있는 영역이다.

기업에는 효율적인 변화다.

과거에는 여러 명의 신입사원이 며칠 동안 수행해야 했던 작업을 숙련된 직원 한 명이 인공지능을 이용해 짧은 시간에 처리할 수 있다면, 신규 인력을 채용할 필요는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역설이 존재한다.

신입사원이 수행하던 업무를 인공지능이 대신한다면, 미래의 숙련된 직원은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질 것인가.

현재의 숙련된 직원들은 대부분 과거의 업무환경에서 경험을 축적했다.

단순한 업무부터 시작해 점차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키워왔다.

그런데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러한 기회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을 수 있다.

기업은 이미 숙련된 직원과 인공지능을 결합해 높은 생산성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숙련된 직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험을 축적할 기회는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5년 11월 발표한 연구에서 2022년 7월부터 2025년 7월까지 청년층 일자리가 약 21만 1천 개 감소했고, 그 감소분의 대부분이 AI 노출도가 높은 업종에서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인공지능 확산이 청년층과 기존 숙련인력에 서로 다른 영향을 줄 가능성에 주목했다. (한국은행)

다만 이러한 고용 감소를 모두 인공지능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2026년 9월 국회예산정책처는 생성형 AI 노출도가 높은 직업일수록 청년 고용이 더 크게 감소한다는 일관된 관계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경기 변동과 산업별 고용 추세 등 다른 요인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NABO)

아직 노동시장 전체에서 인공지능의 고용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확정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에서 기존 업무의 수요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그 변화가 노동시장 전체에서 어느 정도의 고용 감소를 가져오는지는 구분해야 한다.

지현 씨의 사례는 이미 발생한 변화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가 여러 산업에서 반복된다면 단순히 실직자가 증가하는 문제를 넘어 노동시장에 진입하고 경력을 형성하는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

이 문제는 기업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더욱 분명해진다.

기업은 당장 필요한 인력을 고용한다.

아직 생산성이 낮은 신입사원을 채용하고 교육하는 것은 미래에 더 높은 생산성을 얻기 위한 투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신입사원을 채용하지 않고도 상당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면 기업은 굳이 교육비용을 부담할 이유가 줄어든다.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판단이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같은 선택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숙련인력은 존재하지만 그들을 대체할 다음 세대의 숙련인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을 수 있다.

개별 기업에는 비용 절감이라는 이익이 발생하지만, 노동시장 전체에서는 미래의 인적자본 형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개별 기업의 합리적인 선택이 반드시 노동시장 전체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물론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새로운 업무환경에서도 경력을 쌓을 수 있다.

기존의 반복 업무를 거치지 않고도 AI가 생성한 결과를 검증하거나 실제 문제를 해결하면서 숙련을 축적하는 방식이 발전할 수 있다.

오히려 인공지능을 통해 과거보다 빠르게 지식과 경험을 습득하는 사람도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새로운 경력 형성 방식이 기존의 교육과 숙련 과정을 충분히 대체할 수 있는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한국고용정보원 역시 2026년 8월 발표한 연구에서 단순 업무의 자동화로 청년들이 기초 업무를 통해 성장하는 숙련 형성 과정이 약화될 위험을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그렇다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흔히 인공지능 시대에는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개인이 인공지능을 배우는 것만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지는 않는다.

만약 데이터 분석가 10명이 수행하던 업무를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분석가 2명이 처리할 수 있다면, 기존의 분석가 10명이 모두 인공지능 활용 능력을 갖추더라도 필요한 인력이 반드시 10명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확대되지 않는다면 노동력에 대한 수요는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인공지능을 사용할 줄 아느냐가 아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계속 존재한다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특정한 기술이나 전문지식을 습득하면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기대할 수 있었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능력을 갖추고, 노동시장에 진입해 경험을 축적하면 시간이 흐를수록 생산성과 임금이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가 존재했다.

물론 모든 사람이 그러한 경로를 밟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교육과 경력 형성이 개인의 경제적 미래를 개선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는 믿음은 노동시장과 사회 전반을 지탱해 왔다.

그런데 이제는 그 전제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오늘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기술이 앞으로도 같은 가치를 유지하리라는 보장이 약해지고 있다.

지현 씨가 3년 동안 축적한 경험이 아무런 가치도 없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을 활용해 제공하던 서비스에 고객이 과거와 같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려 한다면, 그 경험이 창출할 수 있는 노동소득은 감소할 수 있다.

여기서 교육과 경력에 대한 투자 역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미래 소득을 높이기 위해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투입한다.

대학에 진학하고, 자격증을 취득하고, 특정한 기술을 배우며 경력을 쌓는다.

이것은 경제적으로 보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다.

미래에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있기 때문에 현재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술 변화가 빨라질수록 이러한 투자의 회수 가능성도 불확실해진다.

오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습득한 기술이 시장에서 예상보다 빨리 가치를 잃는다면 개인은 투자비용을 충분히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의 위험은 단순히 직장을 잃을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노동능력에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미래의 소득으로 회수할 수 있을지 불확실해진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노동시장 밖으로도 이어진다.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노동소득은 단순히 생활비를 충당하는 수단이 아니다.

사람들은 앞으로 벌어들일 소득을 예상해 주택을 구매하고, 대출을 받고, 결혼과 출산을 계획하며, 노후를 준비한다.

현재의 자산가격과 신용시장 역시 미래의 소득이 일정한 수준에서 유지되거나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그런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것 자체가 어려워지고, 경력을 쌓더라도 그 경제적 가치가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의 소득뿐 아니라 미래의 구매력에 대한 기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아직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않았거나 경력 형성의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은 이러한 불확실성에 더 크게 노출될 수 있다.

이미 상당한 자산을 축적한 사람에게 노동소득의 변화는 전체 경제적 기반의 일부에 영향을 주는 문제일 수 있다.

반면 아직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 사람에게 미래의 노동소득은 사실상 가장 중요한 경제적 자산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모든 세대에 동일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숙련인력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자신의 생산성을 높이는 반면, 새롭게 진입하려는 사람은 그 숙련을 쌓을 기회조차 얻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현실화된다면 기술 발전으로 생산성이 높아지는 사회에서도 노동을 통해 새롭게 자산을 형성하는 일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변화가 반드시 경제 전체의 쇠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생산비용을 낮추고,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내며,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사업을 가능하게 할 수도 있다.

기술 발전으로 소비자가 더 저렴한 비용에 더 좋은 서비스를 이용하게 된다면 사회 전체의 경제적 후생은 증가할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사실과 그 성과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돌아간다는 사실은 다르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어떤 기업은 비용을 줄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반면 다른 사람은 자신의 노동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

이는 기술 발전이 잘못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기술 발전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서로 다른 사람에게 귀속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MBC 보도에서 경영자와 근로자가 같은 변화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자에게는 생산비용을 낮추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다.

그러나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는 당장의 소득이 사라지고, 그동안 쌓아온 경력의 미래 가치까지 불확실해지는 사건이다.

어느 한쪽의 관점만으로 이 문제를 설명할 수는 없다.

기업에 생산성이 낮은 업무를 계속 유지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인 해법이 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생산성 향상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에게 단순히 새로운 기술을 배우라고 말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도 않다.

그들이 새로운 기술을 배운 이후 실제로 어디에서 소득을 얻을 수 있는지, 그 새로운 업무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충분한지까지 생각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의 노동시장은 이미 숙련된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만큼이나 새로운 사람이 숙련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제공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신입 업무가 사라진다면 새로운 교육과 경력 형성 경로가 필요하다.

기업이 단기적인 비용 절감만을 이유로 신규 인력의 육성을 중단한다면 장기적으로는 기업 자신에게 필요한 숙련인력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인공지능이 더 많은 일을 수행하는 경제에서 인간은 어떤 일을 통해 소득을 얻고, 어떤 과정을 통해 자신의 경제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지현 씨의 사례는 한 기업에서 발생한 구조조정에 관한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안에는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수많은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질문이 담겨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교육을 받고, 직장에 들어가고, 경험을 쌓으면 더 높은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경로를 당연하게 생각해 왔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그 경로의 중간에 있던 업무들을 대신하기 시작한다면, 사람들은 무엇을 통해 경험을 축적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여야 할까.

이미 경험을 갖춘 사람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경험을 쌓을 기회가 줄어드는 사람에게 인공지능은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이기 이전에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넘어야 할 새로운 경쟁 상대가 될 수도 있다.

이미 숙련된 사람에게 인공지능은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는 도구지만, 아직 숙련될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에게는 그 기회 자체를 줄이는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들은 더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일을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고객들은 과거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분명 기술 발전이 가져오는 경제적 성과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 속에서 앞으로 노동시장에 진입할 사람들이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어떻게 경험을 축적하며, 무엇을 통해 소득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아직 충분하지 않다.

우리는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얼마나 잘 대신할 수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세상에서, 앞으로 사람은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낼 것인가.

고객은 이제 데이터만 있으면 된다고 말한다.

나머지는 인공지능이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말이 기업에는 생산성 향상의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신의 노동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는 통보가 된다.

그리고 앞으로 노동시장에 들어오려는 사람들에게는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남는다.

이미 숙련된 사람의 일을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 있다면, 아직 숙련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누가 일할 기회를 제공할 것인가.

인공지능이 없애는 것은 현재의 일자리만이 아닐 수 있다.

그 일자리를 통해 다음 세대가 성장하고, 소득을 얻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었던 미래의 기회까지 함께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 더 근본적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