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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두 국가화와 행정수도 이전, 서울의 장기 디레이팅

북한은 대한민국을 별개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군사분계선을 사실상의 국경으로 바꾸며 체제 생존을 위한 장기 분리를 선택하고 있다. 남한에서도 통일 비용에 대한 부담과 세대 변화로 통일의식이 약해지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은 대한민국의 정치·행정 중심을 현재 영토의 중앙부로 재편할 가능성이 있다. 이 변화가 곧 서울의 몰락이나 집값 폭락을 뜻하지는 않지만, 금리 상승과 강남 등 선도지역의 약세가 겹치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를 감당하며 서울 부동산을 보유해야 할 장기적 유인은 약해질 수 있다. 대통령이 실제로 세종에서 집무하고 공공·민간 투자가 충청권으로 조금씩 분산된다면 서울은 여전히 경제·문화 중심지로 남더라도, 국가의 모든 신규 기능과 개발이 당연히 집중되는 도시에서는 벗어나게 된다. 결국 서울의 위험은 단기 폭락보다 신규 투자와 도시의 신선도가 서서히 낮아지면서 장기적으로 상대적 가치와 성장성이 재평가되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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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군사분계선 일대에 철책과 전술도로를 설치하고 불모화 작업을 확대하는 것은 단순한 전방 군사시설 보강으로만 보기 어렵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더 이상 통일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별개의 적대국으로 규정한 이후, 그 정치적 선언을 물리적 공간에 구현하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군사분계선을 사실상의 국경처럼 만들고 남북 연결도로를 끊는 행위는 남한을 공격하기 위한 준비인 동시에, 북한 주민과 군인이 남한으로 넘어가는 것을 차단하는 내부 통제 정책이기도 하다. 이는 김정은 체제의 판단 기준과 연결된다.

북한처럼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된 체제에서는 국가의 이해관계와 지도자의 생존 이해가 거의 일치한다. 김정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이라는 추상적인 국가의 번영보다 자신의 권력과 김씨 일가의 세습체제가 유지되는 것이다. 핵무기는 외부의 체제교체를 억제하는 수단이고, 숙청과 인사 교체는 내부의 쿠데타 가능성을 줄이는 수단이다. 남북 간 접촉과 정보 유입을 차단하는 것 역시 주민들이 남한과 북한의 생활 수준을 직접 비교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체제 방어책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한 행보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북한은 당장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편입되기 어렵다. 미국과 관계를 정상화하려면 비핵화, 제재, 인권과 같은 체제의 핵심 문제를 건드려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전쟁 중인 러시아는 북한이 보유한 포탄, 미사일, 군사 인력과 생산시설을 필요로 했다. 북한은 그동안 국제적으로 고립의 원인이었던 군사자산을 러시아와의 거래에서는 희소한 자원으로 전환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경제적 지원과 군사기술, 외교적 후원뿐 아니라 자신이 강대국과 직접 거래할 수 있는 국가라는 지위도 확보하려 했다.

다만 북한이 추구하는 정상국가화는 서방의 규범을 받아들이고 개방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핵무기와 세습체제를 유지한 상태에서 하나의 주권국가로 인정받고, 필요에 따라 중국·러시아·미국과 거래할 수 있는 국가가 되는 것이 김정은에게 더 현실적인 목표다.

이러한 북한의 변화와 동시에 남한에서도 두 가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하나는 통일의식의 약화이고, 다른 하나는 행정수도의 세종 이전이다.

과거 남북관계는 외세에 의해 강제로 헤어진 같은 민족과 가족이라는 인식에 기초했다. 그러나 분단이 장기화되면서 남북은 서로 다른 정치체제와 경제체제, 군대, 동맹, 역사교육과 기득권 구조를 가진 별개의 사회가 됐다.

현재의 통일은 단순히 헤어진 가족이 다시 만나는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두 국가의 군대와 법률, 화폐, 토지제도, 재산권과 권력구조를 하나로 합치는 거대한 정치적 합병에 가깝다.

남한 국민에게는 통일의 기대이익보다 비용과 위험이 먼저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 주민의 생활 수준을 끌어올리는 비용, 사회보장과 기반시설 확충, 북한군과 보위기관의 처리, 핵무기 해체, 재산권 분쟁과 치안 문제를 누가 부담할 것인지가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온다.

북한 지배층에게 남한 주도의 통일은 국가 통합이 아니라 체제 붕괴다. 권력과 재산, 지위를 잃을 뿐 아니라 신변의 안전도 보장받기 어렵다. 남한 국민은 통일 비용을 감당하고 싶어 하지 않고, 북한 지배층은 자신의 체제가 해체되는 통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

군사적으로도 어느 한쪽이 상대를 적은 비용으로 굴복시키기 어렵다. 남한은 재래식 군사력과 경제력, 한미동맹에서 우위를 갖지만, 북한을 점령하고 장기간 통치하려면 막대한 비용과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북한은 남한을 정복하고 통치할 역량은 부족하지만 핵무기와 미사일, 장사정포를 통해 상대가 감당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수 있다.

현대전에서 상대의 시설과 군사력을 파괴하는 것과 정치질서를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권을 제거하고 군대를 해산하며 새로운 제도를 적용하려면 결국 영토와 주민을 통제해야 한다. 통일전쟁도 본질적으로는 점령전이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남북 사이에는 일종의 상호 거부권이 형성돼 있다. 남한은 북한을 군사적으로 압박할 수 있지만 값싸게 통합할 수 없고, 북한은 남한에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지만 정복할 수 없다. 결국 통일보다 장기적인 분리와 공존이 양측의 이해관계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이와 함께 진행되는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이 현재의 영토를 기준으로 국가 공간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서울은 조선왕조의 수도이자 한반도 전체를 대표하는 도시였다. 분단 이후에도 서울은 장차 통일될 한반도의 수도라는 상징성을 유지했다. 북한 지역까지 포함하면 서울은 한반도의 중심부에 비교적 가까운 위치이기도 하다.

그러나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굳어지고 대한민국이 현재 영토와 인구를 기준으로 운영된다면 서울은 지나치게 북쪽에 위치한 도시가 된다. 세종은 남한의 현재 생활권과 교통망, 행정망을 기준으로 보면 보다 중앙에 가깝다.

행정수도 이전의 공식 목적은 수도권 과밀 해소와 지역균형발전이다. 이를 통일 포기 정책으로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정책의 의도와 별개로, 대통령과 국회가 세종에서 실제로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이 반복되면 국민이 인식하는 대한민국의 중심은 달라질 수 있다.

수도의 이동은 법률이나 건물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세종으로 가고, 장관들이 세종에서 보고하며, 외국 인사와 기업 관계자들이 세종을 방문하는 일이 일상이 될 때 수도의 관념도 이동한다.

이 변화는 서울의 지위와 부동산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서울의 인프라와 경제력이 단기간에 사라질 가능성은 낮다. 기업, 금융, 대학, 병원, 문화시설과 교통망은 오랜 시간 축적된 자산이다. 대통령실과 국회가 이전한다고 해서 서울이 갑자기 쇠퇴하거나 집값이 일제히 폭락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울 부동산의 가격은 현재의 인프라뿐 아니라 미래에도 국가의 모든 기능과 투자, 인구가 계속 서울로 몰릴 것이라는 기대를 반영한다. 행정수도 이전은 바로 이 기대를 약화시킬 수 있다.

특히 금리가 오르고 세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는 부동산 보유자의 판단이 달라진다. 이자와 세금을 감당하면서도 서울 부동산을 보유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가격이 계속 상승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의 정치·행정 중심이 세종으로 이동하고 신규 투자와 개발의 일부가 충청권으로 분산된다면, 높은 금융비용을 감수하면서 반드시 서울에 투자해야 할 유인은 줄어든다.

현재 서울 평균가격만으로 시장을 판단하는 것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강남과 같은 선도지역이 약해지는 동안 동대문 등 상대적으로 덜 오른 지역이 상승하면 서울 전체 평균은 유지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시장 전체가 강한 것이 아니라, 가격 상승이 고가 지역에서 후행 지역으로 순환하는 과정일 수도 있다.

강남은 단순히 비싼 지역이 아니라 서울 전체의 기대가격을 만드는 상징적 기준점이다. 강남이 오르면 인접 지역과 서울 외곽, 수도권으로 상승 기대가 확산된다. 반대로 강남의 실거래가가 먼저 약해지면 후행 지역의 상승도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

따라서 서울 부동산에서 중요한 변화는 당장의 폭락 여부가 아니라 장기 기대수익률의 하락이다.

민간 건설사의 투자 방향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서울에서 신규 사업을 추진하려면 높은 토지가격과 복잡한 소유관계, 정비사업 절차, 민원, 각종 규제를 해결해야 한다. 반면 세종과 충청권에서는 계획도시와 광역개발을 통해 주거·업무·상업·연구시설을 한꺼번에 조성할 수 있다.

대통령실과 국회, 공공기관이라는 안정적인 수요가 뒷받침된다면 건설사와 기업 입장에서는 서울의 복잡한 소규모 개발보다 충청권의 대규모 개발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서울에 예정됐던 열 개의 사업이 어느 날 모두 세종으로 옮겨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열 개 중 한두 개가 매년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정도만으로도 장기적인 차이는 누적된다. 신규 아파트와 업무시설, 상업공간, 문화시설, 교통망이 만들어지는 속도가 조금씩 달라지면 도시의 신선도와 성장성이 변한다.

물론 서울의 신규 공급이 줄어들면 희소성이 높아져 핵심 지역의 가격을 지지하는 효과도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결과는 서울 전체의 일률적인 하락보다는 지역별 양극화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경제와 교통, 교육, 의료, 정비사업의 기반이 강한 지역은 높은 가치를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자체적인 일자리나 개발 동력이 부족한 외곽 지역, 노후 주거지와 정비사업 가능성이 낮은 지역은 실질가치가 점차 약해질 수 있다.

결국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서울의 갑작스러운 붕괴가 아니다.

북한은 대한민국을 별도 국가로 규정하고 국경을 물리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남한에서는 통일의식이 약화되고, 세종을 중심으로 현재 대한민국의 국가 공간을 다시 설계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이 두 변화는 서로 협의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한반도의 두 국가화를 강화한다.

그 과정에서 서울은 한반도 전체의 유일한 수도이자 대한민국의 모든 기능이 집중되는 도시에서, 경제·문화·금융 중심지이지만 국가 기능을 다른 도시와 나누는 성숙도시로 변할 수 있다.

서울의 가장 큰 위험은 어느 날 집값이 폭락하는 것이 아니다. 명목가격과 핵심지역의 높은 가격은 상당 기간 유지될 수 있다. 더 현실적인 변화는 신규 투자와 개발, 젊은 인구와 국가 기능이 조금씩 분산되면서 서울의 성장률과 국가 내 상대적 비중이 장기간 낮아지는 것이다.

금리는 서울 부동산을 보유하는 현재 비용을 높이고, 행정수도 이전은 서울 부동산에 기대하는 미래 수익을 낮춘다. 여기에 강남과 같은 선도지역의 약세가 나타난다면 서울 평균가격이 유지되더라도 시장의 장기 방향은 달라질 수 있다.

서울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더 이상 대한민국의 모든 미래가 당연히 서울로 모이는 도시가 아닐 수 있다.

앞으로 서울 부동산의 핵심 변수는 단순한 공급 부족이나 금리 변동만이 아니라, 대한민국이라는 국가가 어디에 새로운 정치권력과 인프라, 기업과 도시개발을 배치하는가가 될 것이다.

서울의 변화는 폭락보다 느릴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국가 중심축의 이동과 투자 흐름의 변화가 오랫동안 누적된다면, 그 결과는 단기적인 가격 조정보다 더 구조적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