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씨름

재건축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집을 다시 짓는 일이다

재건축은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낡은 집을 다시 짓기 위해 비용을 부담하는 과정이다. 그동안 재건축의 수익성으로 여겨진 것도 실제로는 기존 소유자가 대지지분과 개발 가능성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기고, 그 대금으로 공사비를 충당한 결과에 가깝다. 일반분양자가 높은 가격으로 들어오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들어 이익처럼 보이지만, 일반분양 수입이 부족하면 공사비와 금융비용은 결국 조합원에게 돌아온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철거할 경우 건물의 잔존가치와 주거서비스도 사라지므로, 철거 자체가 순손실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시장은 재건축 후의 신축 가격과 기대이익을 먼저 반영했지만, 대지지분 감소, 기존 건물의 폐기, 이주비, 금융비용, 사업 지연 위험은 뒤로 미뤄왔다. 최근 커지는 추가분담금은 재건축의 수익성이 갑자기 나빠진 것이 아니라, 원래 존재하던 비용이 뒤늦게 드러나는 과정이다. 결국 재건축의 사업성이란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는 능력이라기보다, 보유한 토지와 개발권을 얼마나 비싸게 처분해 신축비용으로 바꿀 수 있느냐의 문제다. 따라서 재건축은 일률적인 호재가 아니라, 기존 건물의 잔존가치와 대지지분 손실, 총사업비를 따져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는 자산 갱신 사업으로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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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은 돈을 들여 낡은 집을 다시 짓는 과정이지, 그 자체로 돈을 버는 과정이 아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정반대의 상식이 통용됐다. 아파트가 준공된 지 30년이 지나면 재건축할 수 있고, 재건축을 하면 새 아파트를 받으며, 새 아파트가 되면 큰돈을 번다는 믿음이다.

그러나 준공 후 30년이라는 기준은 재건축 이익이 발생하는 시점도, 건물의 수명이 끝나는 시점도 아니다. 정비계획을 입안할 수 있는 노후·불량건축물 판단을 위한 행정적 기준에 가깝다. 건물이 30년 됐다는 사실만으로 구조적·경제적 수명이 모두 소진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을 철거한다면 그 건물이 앞으로 제공할 수 있었던 주거서비스와 잔존가치는 그대로 사라진다.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부수는 것은 출발부터 순손실이다. 기존 건물의 잔존가치를 폐기하고 철거비를 부담한 다음, 다시 설계비와 공사비를 들여 건물을 지어야 한다. 그동안 주민들은 이주해야 하고, 임시거주비와 이주비 이자, 금융비용도 발생한다. 철거폐기물을 처리하고 새로운 시멘트와 철강을 생산하면서 환경비용까지 부담한다.

따라서 재건축의 경제성을 따질 때는 단순히 낡은 아파트 가격과 신축 아파트 가격만 비교해서는 안 된다. 철거되는 건물의 잔존가치, 추가분담금, 이주 및 금융비용, 세금, 사업 지연 위험, 공사 기간의 기회비용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에서는 오랫동안 재건축이 수익사업으로 인식됐다. 그 배경에는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고도성장기의 특수한 개발 방식이 있다. 저밀도 아파트를 철거하고 훨씬 많은 아파트를 지어 일부를 일반분양한 뒤, 그 분양수입으로 기존 조합원의 공사비를 충당하는 구조다.

예컨대 기존 1,000가구가 살던 단지에 1,500가구를 짓는다면 새로 생긴 500가구를 일반분양할 수 있다. 일반분양자들이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그 수입으로 조합원의 분담금을 줄일 수 있다. 기존 소유자는 적은 현금을 추가하고 새 아파트를 받으니 큰 이익을 얻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도 돈이 저절로 생긴 것은 아니다.

단지 전체의 토지 면적은 그대로인데 소유자 수는 늘어난다. 기존 조합원 한 가구가 재건축 후 보유하는 대지지분은 종전보다 작아질 수밖에 없다. 일반분양자는 건물만 사는 것이 아니라 그 단지의 토지지분도 함께 취득한다. 일반분양 수입은 결국 기존 조합원이 가지고 있던 대지지분과 토지의 개발 가능성 일부를 신규 입주자에게 넘기고 받은 대금이다.

재건축 전 조합원이 보유한 것은 낡은 건물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넓은 대지지분과 미래의 개발 가능성을 함께 보유한다. 재건축 후에는 새 건물을 얻는 대신 대지지분은 줄어들고, 사용할 수 있는 개발 여력도 상당 부분 소진된다. 여기에 추가분담금까지 낸다.

따라서 재건축 후 아파트 가격이 종전보다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그 차액 전부를 재건축 이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상당 부분은 원래 보유하던 토지자산의 일부를 처분해 현금화한 결과다.

흔히 말하는 재건축의 ‘사업성’도 엄밀히 보면 이윤 창출 능력이 아니다. 기존 소유자가 가진 토지지분과 개발 가능성을 얼마나 많이, 얼마나 높은 가격에 외부에 팔아 공사비를 충당할 수 있는지를 뜻한다.

기존 용적률이 낮고 대지지분이 큰 단지를 사업성이 좋다고 하는 이유도 건축행위 자체가 높은 이윤을 만들기 때문이 아니다. 추가로 지어 일반분양자에게 넘길 수 있는 건물과 토지지분이 많기 때문이다. 여기에 공공이 용적률을 높여주면 새로 부여된 개발권도 일반분양을 통해 현금화할 수 있다.

결국 재건축 재원은 크게 세 곳에서 나온다.

기존 조합원이 외부에 넘기는 대지지분, 공공이 추가로 허용한 개발권, 그리고 조합원이 직접 내는 추가분담금이다.

이 가운데 앞의 두 가지를 일반분양자가 비싼 가격에 사주면 분담금이 줄어든다. 그래서 재건축이 큰 이익을 안겨주는 사업처럼 보였다. 그러나 일반분양자가 충분히 높은 가격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일반분양 수입으로 공사비를 충당하지 못한 금액은 고스란히 조합원 분담금으로 돌아온다.

그러므로 재건축은 원래부터 일반분양자가 비싸게 들어와 주지 않는 한 딱히 이익이 나는 사업이 아니었다. 일반분양자의 돈이 조합원의 부담을 가려주었을 뿐이다.

과거의 재건축이 특히 유리했던 것은 몇 가지 조건이 동시에 맞았기 때문이다. 기존 아파트의 용적률이 낮았고, 가구당 대지지분이 컸으며, 주택 수요가 계속 증가했다. 일반분양가는 공사비보다 훨씬 높았고, 사업 기간에도 주변 집값이 상승했다. 신규 입주자는 토지지분과 신축 아파트를 비싼 가격에 매입했고, 그 돈으로 기존 소유자의 신축 비용을 대신 부담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건은 영구적이지 않다.

앞으로 재건축 연한에 들어오는 아파트들은 과거보다 이미 밀도가 높다. 기존 용적률이 높고 가구당 대지지분은 작다. 추가로 지을 수 있는 가구 수가 적기 때문에 일반분양 물량도 충분히 확보하기 어렵다. 동시에 공사비, 인건비, 금융비용은 크게 올라갔다.

처분할 대지지분과 개발 여력은 줄었는데 신축 비용은 커진 것이다.

그동안 시장에서는 재건축 추진 자체가 호재로 영업됐다.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회 구성, 안전진단 통과, 조합설립 같은 소식이 나올 때마다 미래의 신축 가격부터 현재 집값에 반영했다. “몇 평을 받을 수 있다”, “새 아파트가 되면 얼마가 된다”는 이야기는 강조됐지만, 그 집을 받기 위해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는 뒤로 밀렸다.

재건축의 편익은 먼저 가격에 반영되고 비용은 나중에 청구됐다.

이제 그 비용이 분담금이라는 형태로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분담금은 갑자기 생긴 악재가 아니다. 그동안 재건축 기대감 뒤에 숨어 있던 실제 원가가 숫자로 나타난 것이다. 철거비, 공사비, 금융비용, 이주비, 사업비에서 일반분양 수입을 빼고도 부족한 금액을 기존 조합원에게 청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분담금이 늘었다고 해서 최근에 갑자기 재건축이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원래 비용이 드는 자산 갱신을 수익사업처럼 보이게 했던 조건이 약해진 것이다.

이를 두고 “공사비가 올라 사업성이 나빠졌다”고 말하지만, 조금 더 근본적으로 보아야 한다. 지금까지 말해온 사업성도 결국 보유한 대지지분과 개발권을 얼마나 비싸게 처분할 수 있느냐의 문제였다. 그것은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영업이익이라기보다 보유자산을 일부 매각해 신축 비용으로 전환하는 과정이었다.

이 점을 무시하면 재건축 전후의 자산가치를 잘못 계산하게 된다.

가령 낡은 아파트가 10억원이고 재건축 후 새 아파트가 18억원이 됐다고 하자. 겉으로는 8억원의 이익이 생긴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사이 조합원은 추가분담금을 냈고, 대지지분 일부를 일반분양자에게 넘겼으며, 아직 쓸 수 있었던 기존 건물을 폐기했다. 이주비와 금융비용도 부담했다. 주변 부동산 시장 전체가 상승했다면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의 상당 부분은 재건축이 아니라 토지가격과 시장가격 상승에서 나온다.

재건축의 실질적 순편익은 재건축 후 주택가치에서 종전 자산가치와 추가분담금, 각종 금융·이주비용, 조기 철거한 건물의 잔존가치와 사업위험을 차감한 뒤에야 판단할 수 있다.

다만 대지지분 감소분을 따로 계산할 때는 종전자산 가치와의 중복도 주의해야 한다. 종전 아파트의 시가에는 이미 토지와 재건축 기대가 포함돼 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서는 종전과 종후 자산을 각각 토지와 건물로 나누어 살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신축 가격 상승분 전체를 재건축 이익으로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재건축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은 한때 아편계 진정제가 ‘아기를 순식간에 달래고 재워주는 마법의 약’으로 팔리던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가 우는 원인을 해결한 것이 아니라 울음을 강제로 멈추게 했는데도, 즉각적인 효과 때문에 좋은 약으로 받아들여졌다. 위험과 부작용은 뒤늦게 나타났다.

재건축 신화도 비슷한 기능을 했다.

낡은 집을 빨리 부수고 높이 지으면 모두가 돈을 번다는 믿음은 복잡한 비용 계산을 잠재웠다. 아직 사용할 수 있는 건물의 잔존가치, 줄어드는 대지지분, 소진되는 개발권, 이주와 금융비용, 건설폐기물과 탄소배출을 생각하지 않게 했다.

즉각적인 진정 효과는 재건축 기대 프리미엄이었다. 재건축 추진 소식만으로 집값이 오르니 모두가 이미 이익을 얻은 것처럼 느꼈다. 그러나 집값 상승은 실제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는다. 기대가격은 자산평가액을 높일 뿐이고, 재건축을 실행하려면 결국 현금을 내야 한다.

이제 분담금이라는 피드백을 통해 약효가 풀리고 있다.

그동안 재건축은 노후주택 문제를 해결하는 제도인 동시에 부동산 자산가치를 높이는 수단, 민간자본으로 신규 주택을 공급하는 수단, 토지 개발이익을 배분하는 제도로 한데 뒤섞여 있었다. 이 때문에 정비 필요성보다 사업성이 우선됐다. 건물이 더 위험하고 주거환경이 열악한 지역보다 일반분양가가 높은 지역이 먼저 정비됐다.

이는 재건축이 주거정비 제도라기보다 토지 개발사업처럼 작동해왔다는 뜻이다.

앞으로는 재건축을 다시 본래의 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고, 낡은 건물을 고치거나 다시 짓는 데는 원래 돈이 든다. 공동주택 소유자는 자동차나 기계설비를 교체하듯 건물의 생애주기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재건축으로 반드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전제가 아니라,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할 것인지가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낡은 아파트를 즉시 철거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구조적으로 안전하고 골조의 수명이 남아 있다면 배관, 전기, 단열, 승강기, 주차시설을 개선하는 대수선이나 리모델링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전면 철거와 신축은 기존 건물을 계속 사용하는 것보다 사회적·경제적 순편익이 명확히 클 때 선택하는 최종 수단이어야 한다.

장기수선충당금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건물의 수명이 다한 뒤 갑자기 수억원의 분담금을 요구하는 대신, 건물을 사용하는 기간 동안 보수와 교체 비용을 미리 적립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분담금을 감당하기 어려운 고령자나 장기 거주자에게는 장기저리 융자, 지분형 지원 등 계속 거주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공공이 용적률을 추가로 부여한다면 그로 인해 생기는 개발이익과 기반시설 비용도 명확하게 배분해야 한다. 용적률은 기존 토지소유자가 원래부터 소유한 사유재산만은 아니다. 도로, 학교, 공원, 상하수도, 교통수요 증가를 감당해야 하는 도시 전체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주택공급정책도 재건축에 과도하게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미 고밀도인 아파트를 허물어 다시 짓는 방식은 멸실 가구를 제외하면 순증 주택 수가 많지 않을 수 있다. 공사 기간에는 대규모 이주 수요가 발생해 주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한다. 재건축은 노후주택 정비 수단으로 보고, 순수한 주택공급은 공공택지, 유휴부지, 역세권과 도심 복합개발 등 별도의 정책으로 다루는 편이 합리적이다.

결국 지금까지 한국에서 말해온 재건축의 수익성은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사업의 수익성과 달랐다. 그것은 기존 소유자가 보유한 대지지분과 개발 가능성을 신규 입주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넘기고, 그 대금으로 자기 집을 다시 짓는 구조였다.

일반분양자가 높은 가격으로 들어오면 조합원 부담이 줄었다. 일반분양자가 그 가격을 지불하지 않으면 조합원이 직접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추가로 처분할 토지와 개발 여력이 줄어들수록 분담금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재건축을 호재라고 부르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한다.

아직 쓸 수 있는 건물을 왜 지금 부숴야 하는가. 철거로 사라지는 잔존가치는 얼마인가. 새로 짓는 비용은 누가 부담하는가. 일반분양 수입과 맞바꾸어 넘기는 대지지분은 얼마인가. 재건축 후 남는 것은 진정한 이익인가, 아니면 보유자산 일부를 처분해 새 건물로 바꾼 결과인가.

재건축은 돈을 만드는 마법이 아니다. 이미 가진 토지자산을 일부 처분하고, 남은 자산과 추가 현금을 투입해 건물을 새것으로 교체하는 일이다.

분담금은 재건축의 호재가 사라졌다는 신호가 아니다. 재건축이 애초부터 비용이 드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려주는 청구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