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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트럼프식 협상술, 이란에서는 왜 위험해졌나",
  "slug": "trump-old-habits-iran-and-2028",
  "summary": "트럼프의 ‘TRUMP 2028’ 발언이 진담인지 농담인지를 따지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나 금기를 먼저 던지고, 상대와 지지층의 반응을 살핀 뒤 유리하면 밀어붙이고 불리하면 농담이나 협상술로 돌리는 것은 그가 평생 사용해온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번 이란 사태도 강한 압박으로 상대를 굴복시킨 뒤 협상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틀에 놓여 있다. 다만 관세나 정치적 발언은 철회할 수 있지만, 이란 최고지도자와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시작한 전쟁은 되돌릴 수 없다. 지금까지는 대체로 트럼프의 방식이 통하거나 물러설 여지가 있는 상대를 만났지만, 이번에는 죽음과 보복, 체제 생존이 얽힌 엄중한 상황이어서 말을 주워 담듯 전쟁을 주워 담기는 어렵다. 못 먹는 감도 일단 찔러보는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이어졌지만, 어떤 감은 한 번 찌르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시작된다.",
  "body": "#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세 살 버릇 여든 가는 트럼프\r\n\r\n도널드 트럼프가 다시 ‘TRUMP 2028’ 모자를 꺼내 들었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의 3선을 금지하고 있지만, 트럼프는 2026년 7월 24일 백악관 출입기자협회 만찬에서 자신이 다시 출마하겠다는 말을 농담처럼 던졌다. 미국 언론은 이를 공식 출마 선언이라기보다 트럼프 특유의 도발과 조롱이 섞인 장면으로 다뤘다.\r\n\r\n그러자 그의 발언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실제로 3선을 염두에 둔 것인지에 대한 해석이 이어졌다. 그러나 이번 발언의 진위성을 따지는 것은 생각보다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r\n\r\n이것이 그 사람이 살아온 방식이기 때문이다.\r\n\r\n트럼프는 확정된 생각을 정리한 뒤 발표하는 사람이 아니다. 먼저 말을 던지고, 그 말이 만들어내는 반응을 살펴본 뒤 다음 행동을 정한다. 처음부터 완성된 계획이 없어도 상관없다. 사람들이 얼마나 놀라는지, 지지자들이 얼마나 환호하는지, 상대가 어디까지 반발하는지를 확인하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있다.\r\n\r\n반응이 좋으면 농담은 정책이 된다. 반발이 거세면 정책은 다시 농담이 된다. 성공하면 자신이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라고 주장하고, 실패하면 언론과 상대 진영이 자신의 말을 과장했다고 말한다. 어느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빠져나갈 문을 남겨두는 방식이다.\r\n\r\n그래서 트럼프의 발언을 두고 “진심인가, 농담인가”라고 묻는 순간 우리는 이미 그의 화법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트럼프에게 진심과 농담은 서로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농담은 실패했을 때 사용하는 안전장치이고, 진심은 반응이 좋았을 때 꺼내 드는 다음 카드다.\r\n\r\n‘TRUMP 2028’도 마찬가지다. 현재 미국 헌법 아래에서 트럼프의 세 번째 임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불가능한 말을 공개적으로 던지는 데에는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r\n\r\n그 말 하나로 지지층의 충성도를 확인할 수 있다. 민주당과 언론이 강하게 반발할수록 자신이 기득권의 공격을 받는 인물이라는 서사를 강화할 수 있다. 2028년 공화당 후보가 누가 되든 당의 논의를 계속 자신에게 묶어놓는 효과도 있다.\r\n\r\n무엇보다 반복되는 말은 금기를 일상적인 논쟁으로 바꾼다. 처음에는 황당하게 들렸던 주장도 여러 번 반복되면 찬반 토론의 대상이 된다.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가능한가”를 넘어 “어떤 방식으로 가능할 수 있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실현되지 않더라도 정치적 상상력의 경계는 이미 움직인다.\r\n\r\n이런 점에서 떠오르는 속담이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이다.\r\n\r\n지금은 먹을 수 없는 감이다. 하지만 트럼프는 먹을 수 없다고 조용히 돌아서는 사람이 아니다. 일단 찔러본다. 감이 얼마나 단단한지, 나무가 흔들리는지, 주변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확인한다. 뜻밖에 감이 떨어지면 주워 먹고, 떨어지지 않으면 자신은 애초에 먹을 생각이 없었다고 말하면 된다.\r\n\r\n그동안 이 방식은 적어도 트럼프 자신에게는 대체로 통했다.\r\n\r\n상대가 그의 요구를 일부 받아들이면 승리했다고 선언했고, 받아들이지 않아도 논쟁의 기준점을 자신이 던진 주장 쪽으로 옮겼다. 동맹국 방위비, 관세, 이민, 그린란드와 같은 문제에서도 그는 처음부터 현실적인 합의안을 내놓기보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먼저 제시했다.\r\n\r\n요구를 크게 던져 상대를 긴장시키고, 반응을 본 뒤 수위를 조절하며, 마지막에 얻은 결과를 자신의 승리로 포장하는 방식이다. 결과가 당초 주장에 훨씬 못 미치더라도 처음 제시한 요구가 워낙 컸기 때문에 후퇴가 타협이나 성과처럼 보이기도 한다.\r\n\r\n이번 이란을 대하는 태도 역시 크게 보면 같은 틀 안에 있다.\r\n\r\n미국과 이스라엘은 2026년 2월 28일 이란을 공격했고, 이 과정에서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 이란의 주요 정치·군사 지도부가 제거됐다. 이 공격은 이란의 즉각적인 보복과 호르무즈해협을 둘러싼 충돌로 이어지며 장기전의 출발점이 됐다.\r\n\r\n그 뒤 트럼프는 이란의 군사력이 사실상 파괴됐다고 선언하는 한편, 더 강한 공격을 경고하고, 다시 휴전과 협상을 언급하는 일을 반복했다. 공격 중단을 발표한 뒤 군사행동이 재개되는 일도 여러 차례 이어졌다. 8월 들어서는 다시 추가 공격을 보류하고 호르무즈해협 재개와 종전을 위한 협상을 강조하고 있다.\r\n\r\n먼저 강도를 극단적으로 끌어올리고, 상대와 주변국의 반응을 본 다음,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으로 전환하려 한다는 점에서는 익숙한 트럼프식 접근이다. 이스라엘의 강경한 선택과 함께 전쟁에 올라탄 뒤, 군사적 우위를 선언하고, 이제는 다시 거래와 출구를 모색하는 모습도 그의 기존 방식과 닮아 있다.\r\n\r\n그러나 이번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r\n\r\n지금까지 트럼프가 찔러본 감은 대체로 말을 거두거나 조건을 바꾸면 다시 협상할 수 있는 상대였다. 관세를 올렸다가 낮출 수 있었고, 과격한 주장을 던졌다가 농담이나 협상용 발언이었다고 물러날 수도 있었다. 상대 역시 압박을 견디거나 일부 양보한 뒤 협상을 이어갈 여지가 있었다.\r\n\r\n이란에서는 그 순서가 달랐다.\r\n\r\n이번에는 못 먹는 감을 가볍게 찔러본 뒤 반응을 살핀 것이 아니다. 상대국의 최고지도자와 핵심 지도부를 제거하고 시작했다. 이처럼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을 먼저 해놓은 상태에서는 기존의 트럼프식 출구전략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r\n\r\n말은 주워 담을 수 있지만 죽은 지도자는 되살릴 수 없다. 관세는 철회할 수 있지만 전쟁에서 발생한 죽음과 보복은 철회할 수 없다. 협상 조건은 수정할 수 있지만, 지도부 제거를 통해 상대 국가에 심어진 생존의 공포와 복수의 동기까지 없던 일로 만들 수는 없다.\r\n\r\n트럼프는 자신이 충분한 압박을 가하면 이란이 결국 협상장으로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협상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협상이 진행된다는 사실과 처음의 방식이 성공했다는 평가는 별개의 문제다.\r\n\r\n전쟁이 장기화되면서 호르무즈해협과 세계 에너지 시장이 흔들렸고, 미국은 자신이 시작한 군사적 압박의 경제적·정치적 비용도 함께 떠안게 됐다. 최근 협상안은 오히려 이란에 걸프만으로 들어가는 선박에 대한 상당한 통제권을 인정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r\n\r\n지도자를 제거해 굴복시키려 했지만, 지도자가 제거된 이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예측하기 어려운 새로운 지도체제와 협상해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r\n\r\n바로 이 지점에서 트럼프식 방식의 한계가 드러난다.\r\n\r\n트럼프는 늘 상대방도 자신처럼 손익을 계산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손실을 주면 상대가 거래를 택할 것이고, 상대가 거래를 택하면 이전의 위협과 공격도 협상 과정의 일부로 정리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r\n\r\n사업이나 관세 협상에서는 어느 정도 통할 수 있다. 그러나 국가의 지도자를 제거한 전쟁에서는 상대가 경제적 손익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체제의 생존, 국가적 굴욕, 복수와 정통성 같은 요소가 개입한다. 상대방이 합리적으로 손익을 계산하더라도 그 계산식 자체가 트럼프가 예상한 것과 달라진다.\r\n\r\n트럼프는 언제나 문을 세게 두드린 뒤, 열릴 것 같으면 밀고 들어가고, 열리지 않으면 처음부터 들어갈 생각이 없었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번 이란 사태에서는 문을 두드린 정도가 아니라 문 안에 있던 지도자를 제거하고 건물 일부를 무너뜨린 뒤 협상을 요구한 셈이다.\r\n\r\n이제 와서 자신은 건물 전체를 무너뜨릴 생각이 없었다고 말해도 상황은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r\n\r\n따라서 ‘TRUMP 2028’과 이란 사태는 규모와 무게가 전혀 다르지만, 트럼프라는 인물을 이해하는 하나의 연결된 장면이 될 수 있다. 둘 다 우선 불가능하거나 극단적인 선택을 던지고, 상대의 반응을 살피며, 다음 행동을 결정한다는 점에서는 같다.\r\n\r\n하지만 2028년 모자는 반응이 나쁘면 웃고 벗으면 그만이다. 이란에서 시작한 전쟁은 그렇지 않다.\r\n\r\n‘TRUMP 2028’은 못 먹는 감을 바늘로 한 번 찔러보는 일에 가깝다. 반면 이란에서는 감을 찌르는 데 그치지 않고 나무를 흔들었고, 그 충격이 주변 과수원과 시장 전체로 번졌다. 감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없던 일로 할 수도 없다.\r\n\r\n또 하나의 속담은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이다.\r\n\r\n트럼프는 부동산 사업가와 방송인, 대선 후보와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같은 방식을 반복해왔다. 상대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먼저 던지고, 반응을 살핀 뒤, 가능한 만큼 현실로 만든다. 실패하면 과장이었다고 말하고, 조금이라도 얻으면 역사적인 승리라고 선언한다.\r\n\r\n‘TRUMP 2028’은 그 오래된 습관이 비교적 가벼운 형태로 나타난 장면이다. 이란은 같은 습관이 국가 간 전쟁이라는 가장 무거운 영역에 적용된 장면이다.\r\n\r\n세 살 버릇은 여든까지 갔다. 못 먹는 감도 여전히 찔러본다.\r\n\r\n다만 모든 감을 똑같이 찔러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감은 떨어지지 않으면 돌아서면 그만이지만, 어떤 감은 한 번 찌르는 순간 되돌릴 수 없는 일이 시작된다.\r\n\r\n트럼프가 이번 이란 사태에서 마주한 것은 바로 그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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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_at": "2026-08-06T01:38:08.14887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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