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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청사도 집도 없다’던 세종, 이제는 무엇을 만들지 묻는다",
  "slug": "sejong-city-finally-starts-its-engine",
  "summary": "얼마 전까지 세종을 둘러싼 논의는 청사·주거·교통·정주 여건의 부족을 이전의 장애물처럼 다뤘지만, 최근에는 그 부족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로 질문이 바뀌고 있다. CTX 종촌역 논의, 주택 공급과 이전 공무원 정착 지원, 조치원·연기비행장 이전 부지의 활용 구상까지 이어지면서 세종은 ‘준비되지 않은 도시’가 아니라 ‘다음 공간을 준비하는 도시’로 해석되기 시작했다. 아직 모든 계획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없다”에서 “그러면 만들자”로 담론이 이동했다는 점에서 세종의 정책 단계가 검토에서 실행으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body": "이제 엔진을 켰구나\r\n\r\n얼마 전 나는 「완성된 도시를 기다리지 마라, 도시는 사람이 만든다」라는 글을 썼다.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의 세종 이전을 두고 “청사가 부족하다”, “집이 없다”, “정주 여건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던 때였다. 당시 내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했다. 사람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해놓아야 도시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사람과 기능이 먼저 들어오고, 그 수요를 따라 주택과 상가와 학교와 교통이 붙으면서 도시가 완성된다는 이야기였다.\r\n\r\n그런데 불과 몇 주 사이에 세종을 둘러싼 말의 방향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부족한 것을 나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부족한 것을 어떻게 채울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주택 공급을 어떻게 할 것인지, 이전 공무원의 정착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교통망을 어디까지 확장할 것인지가 논의된다. 심지어 CTX 종촌역 이야기도 시장에서 흘러나온다. 종촌역이 실제로 생길지는 아직 모른다. 중요한 것은 역 하나의 확정 여부가 아니다. 사람들의 질문이 달라졌다는 점이다.\r\n\r\n전에는 “세종에 내려가서 어떻게 사느냐”가 질문이었다. 지금은 “사람들이 내려오면 어디에서 살게 할 것인가”, “교통은 어디에 더 붙여야 하는가”, “다음 생활권은 어디를 키울 것인가”가 질문이 되고 있다.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두 질문은 전혀 다르다. 앞의 질문은 이전이 가능한가를 묻는다. 뒤의 질문은 이전을 전제로 도시를 어떻게 확장할 것인가를 묻는다. 정책이 검토의 단계에서 실행의 단계로 넘어가면 부족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바뀐다. 청사가 부족하다는 말은 이전을 포기해야 할 이유가 아니라 청사를 확보해야 할 과제가 되고, 주택이 부족하다는 말은 사람이 오지 말아야 할 이유가 아니라 공급을 준비해야 할 신호가 된다. 교통이 부족하다는 말 역시 도시의 한계를 설명하는 문장이 아니라 다음 인프라 투자의 출발점이 된다.\r\n\r\n9월 30일 전해진 조치원·연기비행장 부지 개발 논의도 같은 흐름에서 볼 수 있다. 세종시는 조치원·연기비행장 통합이전 이후 남게 될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단순히 빈 땅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수준이 아니다. 도시 공간구조를 어떻게 다시 짤 것인지, 광역교통망과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 어떤 전략산업을 넣을 것인지,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어디에서 만들 것인지까지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통합이전 완료 목표는 2029년 6월이다. 아직 몇 년이 남았지만, 도시계획은 사람이 몰려온 뒤에 시작하는 일이 아니다. 몇 년 뒤 생길 공간을 지금부터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준비하는 것이 도시계획이다.\r\n\r\n이 점에서 조치원·연기비행장 부지는 상징적이다. 세종은 행정중심복합도시만으로 완성되는 도시가 아니다. 행복도시 안에서 정부 기능이 커지는 것과 동시에 북부권과 기존 도심이 어떤 기능을 갖게 될 것인지도 함께 결정되어야 한다. 비행장이 이전하고 대규모 부지가 생긴다면 그 공간을 주거로 채울지, 산업과 업무 기능을 넣을지, 교통 거점으로 활용할지에 따라 세종의 다음 10년 공간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바로 이런 논의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r\n\r\n도시는 처음부터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는다. 사람이 들어오고, 기능이 들어오고, 부족이 생기고, 그 부족을 채우면서 커진다. 세종 역시 처음부터 지금의 세종이 아니었다. 정부청사가 들어오고 사람이 따라왔고, 사람이 늘어나자 아파트가 들어섰고, 학교와 상권이 생기고 도로가 이어졌다. 당시에도 늘 무엇인가 부족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부족들은 도시가 실패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니라 아직 만들어지고 있다는 증거였다.\r\n\r\n물론 모든 개발 계획이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CTX 종촌역 이야기가 소문으로 끝날 수도 있고, 비행장 부지 개발도 계획과 실행 사이에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세종은 과거 공급과 수요의 엇박자를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니 지금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이나 무분별한 공급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사람이 빠져나가는 도시에서 생기는 빈집과 사람이 들어오는 도시에서 생기는 주택 부족은 겉으로 보면 모두 주택 문제지만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 마찬가지로 기능이 사라지는 도시의 빈 땅과 새로운 기능을 준비하는 도시의 개발 가능 부지도 같은 땅이 아니다.\r\n\r\n며칠 전 나는 완성된 도시를 기다리지 말라고 썼다. 도시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때만 해도 세종을 둘러싼 이야기는 “없다”는 말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집이 없다. 청사가 없다. 교통이 부족하다. 정주 여건이 부족하다. 그런데 이제 그 뒤에 문장이 하나씩 붙기 시작한다. 집이 부족하니 어떻게 공급할 것인가. 교통이 부족하니 어디에 노선을 붙일 것인가. 새로운 부지가 생기니 어떤 기능을 넣을 것인가.\r\n\r\n바로 이 차이가 중요하다. “없다”에서 끝나는 도시는 멈춰 있는 도시다. “없으니 만들자”로 이어지는 도시는 움직이는 도시다.\r\n\r\n아직 본격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하기에는 이르다. 실제 공급이 얼마나 늘어날지, 교통망이 어디까지 현실화될지, 조치원·연기비행장 부지가 어떤 모습으로 개발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시선은 달라지고 있다. 사람과 기능이 들어오고, 그에 맞춰 다음 공간을 준비해야 한다는 논의가 시작됐다.\r\n\r\n얼마 전에는 완성된 도시를 기다리지 말라고 했다.\r\n\r\n이제는 이렇게 말해도 될 것 같다.\r\n\r\n이제 엔진을 켰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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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_at": "2026-09-30T01:30:57.1323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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