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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농지 전수조사에 ‘땅값 폭락’ 공포…정말 농업이 망하는 걸까",
  "slug": "farmland-value-is-not-its-price",
  "summary": "농지의 가치를 시장가격으로만 판단하는 것은 토지의 본질을 지나치게 가격에 환원하는 사고다. 농지는 화폐보다 오래된 실물자산이자, 지구상에서 양이 제한되고 스스로 생산력까지 갖춘 근원적 자원이다. 농지가격이 오른다고 지력이나 수확량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반대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농업의 생산능력이 훼손되는 것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누가 소유하느냐보다 그 땅이 합법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되며 실제 생산과 소득을 만들어내고 있는가이다. 탈세계화와 공급망 불안이 심화되는 시대에는 농지의 명목가액을 지키는 것보다 지력과 물, 경작자, 기술과 유통망을 유지해 생산력을 높이는 일이 국가적으로 더 중요하다.",
  "body": "농지 전수조사를 둘러싸고 농촌에서 땅값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재지주에게 처분 압력이 가해지면 매물이 늘어나 농지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1996년 이후 취득한 농지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하면서 불법 임대차와 무단 휴경, 불법 전용, 소유 제한 위반 등이 의심되는 농지를 가려내고 있다. 처분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상당한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으니 토지 소유자가 불안을 느끼는 이유 자체는 이해할 수 있다.\r\n\r\n그러나 여기에는 더 근본적인 질문이 빠져 있다. 농지가격이 떨어지는 것이 과연 농업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인가.\r\n\r\n어떤 논이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올랐다고 생각해 보자. 흙이 세 배 비옥해졌는가. 수확량이 세 배 늘었는가. 같은 노동으로 세 배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게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세 배가 된 것은 농지의 생산력이 아니라 그 땅에 붙어 있는 원화 단위의 가격표다.\r\n\r\n금도 그렇다. 금은 특정 국가의 화폐가치가 변해도 그 자체로 희소한 실물자산이며 오랜 세월 화폐를 넘어선 교환가치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토지는 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지구상에서 양이 제한되어 있고 새로 만들어낼 수도 없으며, 위치를 옮길 수도 없다. 거기에 식량과 원료를 생산하는 능력까지 가지고 있다.\r\n\r\n그런 토지의 가치를 어느 시점의 원화 표시가격 하나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가격환원주의적이다. 가격은 토지 가치의 한 표현일 수는 있어도 토지 자체의 가치는 아니다. 명목가액이 중요해지는 것은 토지를 사용가치가 아니라 판매가치로 바라볼 때다. 계속 보유하며 생산에 이용할 토지라면 얼마에 팔 수 있느냐보다 무엇을 얼마나 생산할 수 있느냐가 더 본질적인 기준이다. 토지는 화폐가 생기기 훨씬 전부터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고 거주할 공간을 제공하며 다음 세대가 살아갈 기반이 되어 왔다. 화폐의 숫자가 두 배가 되었다고 그 근원적 가치가 두 배가 되는 것도 아니고, 가격이 절반으로 떨어졌다고 땅의 절반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r\n\r\n특히 농지는 이 구분이 중요하다. 농지의 근원적 수익성은 비교적 명료하다. 내가 농사를 지으면 경작소득이 나오고, 다른 사람이 농사를 짓게 하면 임대소득이 나온다. 관개시설을 개선하고, 품종을 바꾸고, 기계화와 규모화를 통해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순소득을 만들어낸다면 생산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것이 농업에서 말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치 상승이다.\r\n\r\n이 관점에서 보면 ‘농지가격 폭락’이라는 주장도 달리 보인다. 농사를 짓지 않는 소유자가 농지를 계속 보유하면 시장에 매물이 나오지 않아 가격 유지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농업에도 도움이 된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는다.\r\n\r\n농업소득으로는 도저히 살 수 없을 만큼 비싸던 농지가 가격 하락으로 실제 경작자에게 넘어갔다고 생각해 보자. 토지는 없어지지 않았다. 농지 면적도 줄지 않았고 지력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생산자는 더 적은 자본과 부채로 생산수단을 확보했다. 줄어든 것은 농업의 생산능력이 아니라 기존 소유자의 장부에 기록되어 있던 평가액이다.\r\n\r\n그렇다면 이것을 무조건적인 사회적 손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농지가격을 지키기 위해 비경작 소유자의 보유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는 자칫 목적과 수단을 뒤집는다. 농지가격은 농업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농업이 농지가격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r\n\r\n그렇다고 모든 부재지주를 투기꾼으로 몰아서도 안 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땅을 가문 밖으로 내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고, 평생 농사를 짓다가 나이가 들어 직접 경작하기 어려운 사람도 있다. 직접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지역 농민에게 빌려주어 계속 생산에 사용하게 하는 소유자도 있다. 현행 농지제도 역시 일정한 요건 아래 상속 농지의 소유와 임대, 고령 농업인의 임대, 농지은행 등을 통한 위탁임대 같은 현실적인 소유·이용 관계를 인정하고 있다.\r\n\r\n따라서 중요한 것은 소유자와 경작자가 반드시 같은 사람인가 하는 형식이 아니다. 그 농지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실제 생산에 이용되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외지 소유자의 농지를 지역 농민이 안정적으로 빌려 높은 생산성을 내고 있다면 그 땅은 충분히 제 역할을 하고 있다.\r\n\r\n반대로 서류상 경작의 외형만 갖추려고 다년생 작물을 심어놓고 일 년에 한두 번 관리하는 정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물론 녹지로서 가치가 있고, 토양 회복이나 생태 보전을 위해 저강도 이용이 필요한 농지도 있다. 그러나 더 높은 생산성이 가능한 농지를 사실상 방치하면서 형식만 갖추는 것과 적극적으로 생산에 이용하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 농지정책이 정교해야 하는 이유다.\r\n\r\n명목가격 중심의 사고는 상속에서도 모순을 드러낸다. 대대로 보유할 농지의 시가가 크게 올랐다고 하자. 가족의 장부상 재산은 늘어난다. 하지만 수확량도 임대료도 그대로이고 앞으로 팔 생각도 없다면 실제 생산능력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평가가액만 높아져 상속 과정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r\n\r\n세대를 넘어 계속 농지로 사용할 사람에게 중요한 것은 그 땅이 원화로 얼마인가가 아니라 그 토지를 계속 보유하고 생산에 이용할 수 있는가이다. 특정 토지는 한번 팔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조상에게 받은 땅을 후손에게 넘기려는 사람에게 토지는 오늘 팔아 차익을 실현하는 상품이라기보다 세대를 연결하는 실물자산이다.\r\n\r\n그러므로 토지를 오직 투기의 대상으로 보는 것도 잘못이지만, 반대로 시장가격을 토지 가치의 본질처럼 떠받드는 것도 같은 오류다. 팔지 않을 땅이라면 더더욱 그렇다.\r\n\r\n이 문제는 탈세계화와 공급망 불안의 시대에 더 중요해진다. 전쟁과 자연재해, 감염병, 에너지와 비료 가격의 급등, 국제 물류의 혼란은 농업을 단순히 시장에서 필요한 만큼 사오면 되는 산업으로 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식량과 1차 산업의 생산기반은 위기의 순간 국가의 생존능력이 된다.\r\n\r\n그런데 한 나라의 농업기반은 농지의 시가총액으로 측정되지 않는다. 논 한 평이 10만원에서 100만원이 되었다고 식량안보가 열 배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r\n\r\n좋은 토양이 유지되는가.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가. 농로와 시설이 갖춰져 있는가. 농사를 지을 사람이 있는가. 농기계와 기술, 종자와 비료를 확보할 수 있는가. 생산물을 저장하고 가공하고 운송할 수 있는가. 그리고 위기 때 실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는가. 이것이 한 나라의 농업 체력이다.\r\n\r\n같은 농지에서 지속적으로 더 많은 부가가치를 만들어내고, 공급망이 흔들려도 생산을 이어갈 수 있게 만드는 것, 이것이 농지의 근원적인 수익성을 높이는 일이다.\r\n\r\n우리는 오랫동안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발전과 혼동해 왔다. 집값이 오르면 사람이 부자가 되었다고 생각했고 땅값이 오르면 지역의 가치가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든 농지가격이 두 배가 된다고 나라에 농지가 두 배 생기는 것은 아니며 농업생산량이 두 배가 되는 것도 아니다.\r\n\r\n오히려 농지가격이 농업소득에서 지나치게 멀어지면 생산자가 자신의 생산소득으로 생산수단을 취득하기 어려워진다. 농사를 잘 지은 사람이 그 성과를 모아 옆 농지를 사거나 빌려 규모를 키우고, 그 결과 다시 생산성을 높이는 선순환이 막힌다. 생산으로 번 돈보다 토지를 먼저 가진 사람이 얻는 평가이익이 훨씬 커진다면 그것을 농업의 발전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r\n\r\n농지 전수조사를 비판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상속농지와 고령농의 현실을 무시한 획일적인 집행은 경계해야 하고, 합법적이고 생산적인 임대차까지 위축시켜서도 안 된다. 행정 편의를 위해 실제 농업의 다양한 모습을 한 가지 잣대로 재단한다면 그것 또한 잘못이다.\r\n\r\n그러나 ‘농지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책의 잘못을 증명하려는 것은 다른 문제다.\r\n\r\n농업정책이 지켜야 하는 것은 농지의 가격표가 아니라 농지의 생산능력이다. 누가 소유하고 있든, 합법적인 임대를 하든 직접 경작하든, 중요한 것은 그 땅이 다음 세대에도 생산수단으로 살아 있는가 하는 것이다.\r\n\r\n놀고 있던 땅이 생산하는 사람에게 넘어가 더 많은 가치를 만들어낸다면 가격이 낮아지는 것을 반드시 후퇴라고 할 이유는 없다. 반대로 아무것도 더 생산하지 못하는 토지의 가격만 계속 오른다면 그것 역시 발전이라고 할 수 없다.\r\n\r\n농업의 부는 농지가 얼마짜리인가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 땅이 무엇을 생산할 수 있는가에서 나온다.\r\n\r\n농지를 지킨다는 것은 가격을 지키는 일이 아니다. 지력과 물을 지키고, 농사를 지을 사람을 남기고, 그 사람이 생산으로 먹고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생산성이 높은 농민이 생산수단을 확보하고, 농업에서 만들어진 소득이 다시 농업에 투자되며, 다음 세대가 그 기반을 이어받을 수 있어야 한다.\r\n\r\n금보다도 희소하고, 금과 달리 스스로 생산력까지 가진 것이 토지다.\r\n\r\n그런 자원을 원화로 얼마짜리인가만으로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야 한다.\r\n\r\n탈세계화와 공급망 불안의 시대에 우리가 키워야 할 것은 농지의 명목가액이 아니다.\r\n\r\n농지의 생산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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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_at": "2026-09-18T08:31:12.088747+00:00",
  "updated_at": "2026-09-18T08:31:12.10332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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