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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달러 패권과 미국 제조업의 쇠퇴: 스티븐 미란의 관세·환율 구상이 놓친 질문",
  "slug": "dollar-hegemony-us-manufacturing-tariffs-stephen-miran",
  "summary": "스티븐 미란의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미국 제조업 쇠퇴와 무역적자를 초래한 ‘비용’이라고 진단하고, 관세·환율정책·안보비용 분담을 통해 이를 다른 국가와 나누려 한다. 그러나 달러 패권은 동시에 미국에 막대한 금융·외교·안보상의 이익을 제공해왔다. 그렇다면 미국 전체가 달러 패권으로 순이익을 얻는 동안 제조업 노동자와 산업도시가 손실을 입었다면, 그것은 세계가 미국에 비용을 떠넘긴 문제인 동시에 미국 내부에서 패권의 이익과 비용이 불균등하게 배분된 문제이기도 하다. 미국이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설계하려 한다면 먼저 “세계가 미국에 무엇을 빚졌는가”를 묻기보다, 달러 패권으로 얻은 이익이 왜 그 비용을 감당한 미국인들에게 충분히 돌아가지 않았는지를 물어야 한다.",
  "body": "패권의 비용은 누가 내는가달러의 특권, 제조업의 상처, 그리고 미국이 먼저 물어야 할 질문\r\n\r\n스티븐 미란의 「A User’s Guide to Restructuring the Global Trading System」은 첫 페이지부터 강한 문제의식을 던진다. 세계가 성장할수록 달러와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그 결과 달러가 구조적으로 고평가되며, 미국의 제조업과 교역재 산업이 그 비용을 떠안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미국이 제공하는 안보우산의 부담까지 겹친다. 그의 서술 속에서 미국은 세계에 준비자산과 안보라는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점점 더 큰 비용을 감당해온 국가로 그려진다.\r\n\r\n이 주장은 미국 제조업 지역이 겪어온 고통을 생각하면 쉽게 흘려들을 수 없다.\r\n\r\n공장이 문을 닫고, 괜찮은 임금을 주던 일자리가 사라지고, 한 세대가 기대했던 삶의 경로가 무너진 지역이 존재한다. 미란 자신도 중국과의 교역 확대에 따른 충격이 단순한 전국 평균의 고용수치로는 포착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손실은 특정 지역과 공동체에 집중되었고, 다른 일자리로의 전환은 경제학 교과서가 암시하는 것처럼 매끄럽지 않았다.\r\n\r\n그 고통은 현실이다.\r\n\r\n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더 해야 한다.\r\n\r\n그들은 정말 세계를 위해 미국이 치른 희생의 희생자였는가.\r\n아니면 미국이 얻은 거대한 이익이 미국 안에서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한 결과의 희생자였는가.\r\n\r\n이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r\n\r\n달러가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사실은 미국에 비용만 부과하지 않았다. 세계의 중앙은행과 기업과 투자자가 달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미국의 금융시장에 지속적인 수요가 존재한다는 뜻이고, 미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깊고 유동적인 자본시장을 유지해왔다. 달러는 국제거래의 중심에 있고, 미국 정부는 자국 통화로 부채를 발행한다. 무엇보다 미국은 달러 결제망과 금융시스템을 통해 군사력을 사용하지 않고도 다른 국가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r\n\r\n미란 역시 이를 부정하지 않는다. 그는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미국에 ‘financial extraterritoriality’를 부여한다고 표현한다. 자산을 동결하고, 금융기관의 접근을 제한하고, 국제결제망을 이용해 제재를 집행하는 능력이다. 과거 해양강국이 함대로 봉쇄하던 일을 오늘날 미국은 금융망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r\n\r\n이것은 작은 특권이 아니다.\r\n\r\n그렇다면 기축통화체제가 미국 전체에는 여전히 순이익을 가져다주었다고 가정해보자.\r\n\r\n그 상태에서 제조업 노동자와 산업도시가 큰 손실을 입었다면 경제적으로 따라오는 결론은 단순하다. 누군가는 그 손실을 상쇄하고도 남는 이익을 얻었다는 뜻이다.\r\n\r\n그 수혜자는 반드시 한 사람이나 한 산업일 필요는 없다.\r\n\r\n강한 달러로 값싼 수입품을 소비한 미국인들이 있었고, 해외의 원자재와 부품을 싸게 조달한 기업들이 있었다. 글로벌 공급망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한 대기업들이 있었고, 세계 자금이 미국 금융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과정에서 가치가 높아진 주식과 채권과 기업지분의 소유자들이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미국이라는 국가 자체가 달러가 제공하는 금융적·외교적 힘의 수혜자였다.\r\n\r\n반면 비용은 균등하게 흩어지지 않았다.\r\n\r\n수입품 가격이 몇 퍼센트 낮아지는 이익은 수억 명에게 얇게 퍼질 수 있다. 그러나 한 공장의 폐쇄는 한 도시의 삶을 바꾼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비용은 GDP의 소수점 몇 퍼센트가 아니다. 그것은 집값이고, 자녀의 미래이고, 공동체의 세수이고, 그 지역에 남아 살아갈 이유다.\r\n\r\n그래서 달러 패권의 진짜 분배문제는 미국과 외국 사이에만 존재하지 않는다.\r\n\r\n미국 내부에도 존재한다.\r\n\r\n바로 이 지점에서 미란의 논리는 매우 흥미로운 방향으로 움직인다.\r\n\r\n그는 미국 제조업이 부담한 비용을 정확하게 발견한다. 그러나 그 비용의 반대편에서 미국 내부의 누가 얼마만큼의 편익을 얻었는지를 끝까지 추적하지 않는다. 대신 문제를 국제적 비용분담의 문제로 바꾼다.\r\n\r\n세계가 달러 준비자산을 필요로 했기 때문에 미국 제조업이 피해를 봤다면, 외국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미국이 안보우산을 제공했으므로 동맹국은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해야 한다. 미국 소비시장에 접근하는 국가들은 관세라는 형태로 대가를 지급할 수 있다. 외국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수요가 미국의 수출산업에 부담을 줬다면, 그들이 보유한 미 국채의 이자에 일종의 user fee를 부과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r\n\r\n이 논리는 강력하다. 정치적으로도 매력적이다.\r\n\r\n미국 노동자에게 이렇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r\n\r\n당신의 공장이 문을 닫은 것은 미국이 잘못해서가 아니다. 미국이 세계경제를 떠받쳤기 때문이다. 이제는 세계가 그 대가를 내야 한다.\r\n\r\n그러나 바로 여기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질문이 생긴다.\r\n\r\n미국 내부에서 발생한 분배의 실패를 외국에 청구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r\n\r\n미국 전체가 달러 패권에서 손해를 보았다면 이야기는 단순해진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이 제공하는 공공재의 혜택을 누리면서 비용을 충분히 부담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다.\r\n\r\n그러나 미국 전체가 오랜 기간 순이익을 얻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r\n\r\n그 경우 제조업 지역의 쇠퇴는 ‘세계가 미국을 착취한 결과’라고만 볼 수 없다. 미국이 세계질서에서 얻은 편익이 미국 안에서 고르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문제이기도 하다.\r\n\r\n그리고 이것은 외국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는 문제다.\r\n\r\n어쩌면 미국이 먼저 물었어야 할 질문은 “누가 우리의 특권을 공짜로 이용했는가”가 아니라 “우리가 얻은 특권의 수익을 왜 그 비용을 감당한 국민에게 충분히 돌려주지 못했는가”였을지도 모른다.\r\n\r\n제조업 노동자가 세계화에서 손해를 보았다면 그들에게 더 강한 사회보험을 제공할 수도 있었다. 산업지역에 더 많은 인프라와 교육투자를 할 수도 있었다. 생산성이 올라가고 기업이익과 자산가치가 상승했다면 그 이익의 일부를 경제적 전환의 비용을 부담한 지역에 되돌릴 수도 있었다.\r\n\r\n그것은 자선이 아니다.\r\n\r\n패권의 수익을 패권의 비용을 부담한 국민과 나누는 일이다.\r\n\r\n미란의 보고서에서 가장 야심찬 구상인 이른바 ‘Mar-a-Lago Accord’는 이 문제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외국 중앙은행들이 달러자산 일부를 줄여 자국 통화를 절상시키는 동시에, 남아 있는 미 국채는 100년물과 같은 초장기채로 바꾸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미국은 달러약세로 제조업 경쟁력을 얻으면서도 장기금리 상승과 차환위험을 억제할 수 있다.\r\n\r\n미란은 이 과정의 한 측면을 놀랄 만큼 솔직하게 표현한다. 미국 납세자가 부담하던 금리위험의 일부를 외국 납세자에게 이전하는 것이다.\r\n\r\n미국의 국익을 고민하는 전략가라면 당연히 그런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r\n\r\n문제는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느냐다.\r\n\r\n패권국이 자신의 협상력과 시장규모와 안보우산을 이용해 더 유리한 조건을 얻는 것은 국제정치에서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것을 단순히 그동안의 ‘불공정한 비용분담’을 바로잡는 행위라고 설명하기 시작하면 역사의 절반이 사라진다.\r\n\r\n달러 패권은 미국이 세계를 위해 일방적으로 수행한 봉사활동이 아니었다.\r\n\r\n그것은 미국이 설계하고 지켜온 국제질서의 핵심적인 권력 기반이었으며, 미국의 기업과 금융시장과 정부와 소비자에게 수많은 편익을 제공해왔다.\r\n\r\n그렇다고 미국 제조업 노동자의 상처가 덜 진실한 것은 아니다.\r\n\r\n오히려 반대다.\r\n\r\n그들의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면, 그 고통을 설명하는 방식에도 정직해야 한다.\r\n\r\n그들에게 “당신은 세계를 위해 희생했다”고만 말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 쉬운 설명이다. 더 어려운 진실은 이런 것일 수 있다.\r\n\r\n미국은 세계질서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 그러나 그 이익을 얻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같은 미국인들에게 공정하게 나누지 못했다.\r\n\r\n어떤 미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통화와 가장 깊은 자본시장의 혜택을 누렸다. 어떤 미국인은 값싼 수입품과 상승하는 금융자산의 혜택을 누렸다. 미국이라는 국가는 달러를 통해 다른 어떤 나라에도 없는 국제적 영향력을 행사했다.\r\n\r\n그리고 다른 미국인은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을 지켜보았다.\r\n\r\n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미국을 비난하는 일이 아니다.\r\n\r\n오히려 미국이 스스로에게 더 높은 기준을 요구하는 일이다.\r\n\r\n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국가라면 자신이 누린 권력의 비용을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계산은 국경에서 시작해서는 안 된다. 먼저 자국 안에서 누가 이익을 얻었고 누가 비용을 부담했는지를 살펴야 한다.\r\n\r\n물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 불공정한 무역관행에는 대응해야 한다. 지식재산권 침해나 국가보조금, 환율조작에 대해서도 미국이 문제를 제기할 권리는 충분하다.\r\n\r\n그러나 그것과 “달러질서의 비용을 세계가 미국에 떠넘겼다”는 주장은 같은 것이 아니다.\r\n\r\n미국이 새로운 국제경제질서를 설계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 큰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r\n\r\n달러 패권이 미국에 엄청난 힘을 주었다는 사실을 굳이 부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국이 그 힘을 이용해 번영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 동시에 그 번영에서 소외된 미국인들이 존재했다는 사실도 인정할 수 있다.\r\n\r\n그 두 문장은 모순되지 않는다.\r\n\r\n그리고 아마 그것이 더 설득력 있는 애국의 언어일 것이다.\r\n\r\n우리의 노동자들이 고통받았으니 세계가 값을 치러야 한다는 이야기보다, 우리가 세계에서 얻은 힘과 번영을 우리 국민 모두에게 제대로 나누지 못했으며 이제 그것을 바로잡겠다는 이야기가 더 강한 나라의 언어다.\r\n\r\n패권에는 비용이 있다.\r\n\r\n하지만 패권의 첫 번째 책임은 그 비용을 약한 쪽에 전가하는 데 있지 않다.\r\n\r\n그 힘으로 얻은 이익과 그 힘 때문에 발생한 손실을, 먼저 자기 사회 안에서 정직하게 바라보는 데 있다.\r\n\r\n미국이 정말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이끌고자 한다면, 그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n\r\n세계가 미국에 무엇을 빚졌는가를 묻기 전에, 미국은 먼저 미국인들에게 무엇을 빚졌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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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_at": "2026-08-24T22:20:42.851334+00:00",
  "updated_at": "2026-08-24T22:20:42.86001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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