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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itle": "이이제이의 중국, 실물패권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서다",
  "slug": "china-playing-both-sides-with-real-economy-power-between-us-and-iran",
  "summary":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나포하고, 이란은 미군의 무인잠수정을 붙잡았다고 맞서며 서로의 실물을 빼앗는 힘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결 뒤에는 다른 종류의 힘이 있다. 중국은 직접 싸우지 않지만 이란산 원유를 사고, 중국산 상품과 산업재를 공급하며 미국의 제재가 만드는 고립의 비용을 낮출 수 있다. 이것이 내가 말해온 ‘실물패권’이다. 한때 ‘세계의 공장’은 낮은 자리처럼 보였지만, 세계가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물건을 만들고 원자재를 대량으로 사들이는 위치는 어느 순간 거대한 협상력이 됐다. 중국은 미국처럼 전 세계에 군대를 파견하거나 달러를 당장 대체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해상로와 동맹, 군사기지와 금융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을 부담하는 동안 중국은 그 질서 안에서 상품을 팔고 원자재를 사고, 미국이 중국의 협조를 필요로 할 때 대만과 기술규제, 관세와 제재 같은 자신의 요구를 하나씩 올려놓을 수 있다. 그래서 지금의 불완전한 구도는 중국에 반드시 불리하지 않다. 미국이 이란을 압박할수록 중국의 중간자적 가치가 커지고, 미국이 중국의 실물패권을 흔들기 위해 공급망 재편과 리쇼어링에 더 많은 비용을 쓸수록 중국은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벌 수 있다. 중국이 원하는 것이 반드시 미국을 밀어내고 새로운 패권국이 되는 것이라면 모를까, 미국이 패권의 비용을 계속 지불하면서도 중국을 무시할 수 없는 상태라면 그 자체로 상당히 유리한 자리다. 미국과 이란이 맞붙는 동안 중국은 직접 싸우지 않고 양쪽의 비용과 필요를 지렛대로 삼는다. 이이제이의 중국은 그렇게 실물패권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에 서 있다.",
  "body": "미군에 나포된 이란계 초대형 유조선들이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블룸버그가 선박 위치정보를 분석한 결과, 전쟁 초기 미군이 나포한 티파니와 마제스틱 X는 브라질 연안을 지나 미국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당국은 선박과 그 안에 실린 이란산 원유를 압류할 방침이다.\r\n\r\n반대쪽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무인잠수정을 잡았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9월 초 호르무즈 해협 입구에서 미군의 무인잠수정 Dive-LD를 확보했다고 발표했다. 미 국방부도 해당 장비가 고장 난 뒤 이란에 넘어갔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27일에는 혁명수비대가 다시 미군의 REMUS 600 무인잠수정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다만 두 번째 주장에 대해서는 미군이 모든 무인장비를 통제하고 있다며 부인했다.\r\n\r\n형태는 다르지만 풍경은 묘하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와 배를 가져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군사장비를 가져갔다고 주장한다. 한쪽은 제재와 봉쇄, 국내법과 군사력을 동원한다. 다른 한쪽은 자신이 통제하는 해협과 해안에서 상대의 장비를 낚아챈다. 말 그대로 나포대결이다.\r\n\r\n이 장면만 보면 결국 강대국의 힘은 남의 것을 빼앗을 수 있는 능력처럼 보인다. 그런데 조금 떨어져서 보면 다른 종류의 힘도 보인다. 중국이다. 중국은 이 나포대결에 직접 참가하지 않는다. 미국 유조선을 붙잡지도 않는다. 미군 무인잠수정을 쫓지도 않는다. 이란을 위해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이란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를 따져보면 중국을 빼놓을 수 없다.\r\n\r\nReuters는 최근 이란이 석유 판매대금을 중국산 상품과 연결하는 우회 결제 구조를 이용해 미국의 제재를 피해왔다고 보도했다. 취재원들은 이 구조를 통해 지난 1년간 약 20억~25억 달러가 이동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의약품과 차량, 통신장비 등 중국산 상품이 이란으로 들어갔다. 일부 거래의 정확한 내용은 독립적으로 확인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도 관련 구조를 알지 못한다고 밝혔지만, 미국 금융망 밖에서 이란산 원유와 중국산 상품을 연결하려는 상당한 거래망이 존재한다는 정황은 드러났다.\r\n\r\n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위안화가 달러보다 강하냐는 문제가 아니다. 중국이 모든 나라에 군대를 보낼 수 있느냐는 문제도 아니다. 중국에는 물건이 있다. 아주 많은 물건이 있다. 이란이 원유를 팔아 중국에서 돈을 받았을 때 그 돈으로 다시 중국산 기계와 자동차와 전자제품과 의약품과 산업재를 살 수 있다면 거래는 돌아간다. 화폐 뒤에 실물이 있다.\r\n\r\n나는 이전에 이것을 ‘실물패권’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한때 ‘세계의 공장’이라는 표현은 그리 높은 지위처럼 들리지 않았다. 미국은 금융을 했다. 첨단기술을 만들었다. 브랜드를 가졌다. 세계의 돈이 미국으로 흘러갔다. 중국은 공장을 돌렸다. 남이 설계한 물건을 싸게 만들어주는 생산기지처럼 보였다.\r\n\r\n그런데 공장이 너무 커졌다. 단순한 공장이 아니라 원자재를 빨아들이고, 중간재를 만들고, 완제품을 내보내고, 항만과 철도와 전력망을 연결하는 거대한 산업생태계가 됐다. 그 순간부터 세계의 공장은 더 이상 낮은 자리가 아니었다. 세계가 필요로 하는 물건을 만드는 곳은 세계와 거래조건을 협상할 수 있는 곳이 된다.\r\n\r\n이것이 중국이 미국 제재에 맞서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 어떤 국가에 달러를 쓰지 못하게 한다고 해서 그 국가가 아무것도 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제조경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불편해질 수 있다. 비싸질 수 있다. 금융거래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러나 불편과 고립은 다르다.\r\n\r\n미국이 가진 금융패권의 힘이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의 금융패권이 여전히 강하기 때문에 중국이 제공하는 작은 우회로에도 가치가 생긴다. 중국은 달러를 대체할 필요가 없다. 미국과 같은 금융시장을 당장 만들 필요도 없다. 달러 밖에서도 어느 정도 살아갈 수 있는 공간만 만들어주면 된다.\r\n\r\n이란 문제에서 그 차이는 크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를 실은 배를 한 척 잡는다. 그러면 이란의 비용은 올라간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구매자와 상품 공급자가 남아 있으면 미국이 만들어낸 비용의 일부는 다시 낮아진다. 미국은 이란의 계산을 어렵게 만든다. 중국은 그 계산을 조금 덜 어렵게 만들 수 있다.\r\n\r\n바로 이 지점에서 며칠 전 미중 정상회담이 다시 보인다. 시진핑은 워싱턴에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었다. 그가 들고 온 것은 미국을 군사적으로 굴복시킬 카드가 아니었다. 트럼프가 해결하고 싶어 하는 문제의 가격을 움직일 수 있는 카드였다.\r\n\r\n이번 정상회담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무역, 인공지능, 대만, 이란 문제 등을 논의했지만 공개된 큰 돌파구는 없었다. 무역휴전이 연장됐고 화려한 의전이 이어졌지만 대만이나 이란 같은 핵심 문제에서 극적인 합의는 발표되지 않았다. Reuters는 정상회담을 상징성은 컸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는 적었던 회담으로 평가했다.\r\n\r\n그런데 중국 입장에서는 반드시 큰 거래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어쩌면 지금의 불완전한 상태 자체가 중국에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가지고 있다. 달러도 여전히 국제금융의 중심이다. 미국은 세계 곳곳에 동맹과 군사기지를 유지한다. 해상교통로를 보호한다. 분쟁이 생기면 항모를 보낸다. 필요하면 군대를 파견한다. 그 모든 것에는 돈이 든다.\r\n\r\n중국은 아직 그 비용을 미국만큼 부담하지 않는다. 그런데 상품은 세계에 판다. 원유와 광물을 사들인다. 세계 공급망 곳곳에 들어가 있다. 미국과 대립하는 나라에도 물건을 팔 수 있다. 동맹이 아닌 나라와도 거래한다. 미국이 질서를 유지하는 비용을 내는 동안 그 질서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는 것이다.\r\n\r\n그렇다면 중국이 굳이 지금 당장 미국을 밀어내고 새로운 세계 패권국의 자리에 앉아야 할 이유는 없다. 1등 자리에는 편익만 있는 것이 아니다. 비용도 있다.\r\n\r\n마오쩌둥은 오래전부터 이 점을 독특하게 바라봤다. 1956년 마오는 미국을 ‘종이호랑이’라고 부르면서 미국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하면서도, 미국이 일본과 한국, 유럽과 중동 등 세계 곳곳에 병력과 기지를 펼쳐 놓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같은 해 그는 미국의 손이 “세계 곳곳까지 뻗어 있다”고 표현했다. 훗날 키신저와의 대화에서도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병력 배치가 지나치게 분산돼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r\n\r\n마오의 당시 주장을 오늘 중국의 전략과 곧바로 연결할 수는 없다. 70년의 시간이 흘렀고 중국도 세계적인 군사력을 건설하고 있다. 그러나 하나의 대비는 흥미롭다. 미국은 세계에 군대를 보내면서 힘을 만들었다. 중국은 세계에 물건을 보내면서 다른 종류의 힘을 만들었다.\r\n\r\n군사패권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곳에 힘을 보내야 한다. 실물패권은 상대가 필요 때문에 찾아오게 만든다. 미국식 세계질서를 중국이 그대로 복제해야만 강대국이 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이 원하는 상태가 반드시 ‘미국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중국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단정할 이유도 없다.\r\n\r\n오히려 현재와 같은 불완전한 구도가 중국에 상당한 이익을 줄 수 있다. 미국은 해상로를 지킨다. 달러 체제를 유지한다. 동맹을 관리한다. 국방비를 부담한다. 중동에서 전쟁까지 한다. 중국은 그 질서 안에서 상품을 팔고 원자재를 사고 산업기반을 키운다. 그리고 미국이 중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자신이 원하는 문제를 하나씩 협상 테이블에 올릴 수 있다.\r\n\r\n대만이 대표적이다. 정상회담 직전 중국은 미국에 대만 무기판매 중단을 요구했고 이미 계약된 무기의 인도까지 중단하라고 압박한 것으로 보도됐다. 정상회담에서도 시진핑은 트럼프에게 미국이 ‘대만 독립에 반대하는 올바른 입장’을 취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미국이 공개적으로 이 요구를 수용한 것은 아니다. 정상회담 이후에도 미국의 대만정책이 공식적으로 바뀌었다는 증거는 없다.\r\n\r\n중요한 것은 당장 결론이 났느냐가 아니다. 중국은 대만 문제에서 모든 것을 한 번에 얻어낼 필요가 없다. 무기판매 하나가 늦어진다. 외교문구 하나가 바뀐다. 중국군의 대만 주변 활동이 조금 더 일상적인 풍경이 된다. 미국이 이란이나 무역, 희토류 같은 다른 문제에서 중국의 협력을 필요로 할 때 대만 문제가 다시 올라온다. 이런 작은 변화들이 쌓일 수 있다.\r\n\r\n중국이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장기금리는 최근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9월 중순에는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5%에 도달했다. 중동전쟁이 끌어올린 유가와 인플레이션 우려, 미국의 재정과 통화정책에 대한 시장의 계산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이것을 중국이 만들어냈다고 말할 근거는 없다.\r\n\r\n그러나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중요한 것은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는 가격이 올라가고 있다는 사실 자체다. 국채 이자를 더 내야 한다. 국방비를 써야 한다. 이란전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중국과의 공급망을 분리하기 위해 새 공장을 지어야 한다. 희토류와 배터리와 반도체 공급망도 다시 만들어야 한다.\r\n\r\n미국은 바로 이 점을 알고 있는 것처럼 움직이고 있다. 최근 미국이 추진하는 리쇼어링과 공급망 다변화, 반도체 생산 확대, 희토류 확보 정책은 서로 다른 산업정책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목표가 있다. 중국이 아니어도 된다. 중국에서 만들지 않아도 된다. 중국이 공급을 끊어도 버틸 수 있다. 바로 그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r\n\r\n희토류 문제만 봐도 미국과 서방 기업들은 중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 소재와 새로운 공급망을 개발하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완전한 전환에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정부 역시 첨단제조업과 핵심 산업 공급망에 대한 통제력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방향을 밝히고 있다.\r\n\r\n그래서 지금의 미중 경쟁은 단순한 관세전쟁이 아니다. 미국은 중국의 상품 가격을 높이려는 것만이 아니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필수성’을 낮추려 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은 그 필수성을 유지하려 한다.\r\n\r\n여기에 두 나라의 시간 차이가 생긴다. 미국은 서둘러야 한다. 새로운 공장을 지어야 한다. 새로운 광산을 확보해야 한다. 공급망을 옮겨야 한다. 반도체와 배터리와 희토류 산업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돈이 든다.\r\n\r\n중국은 반드시 같은 속도로 움직일 필요가 없다. 이미 있는 공장을 돌리면 된다. 이미 있는 공급망을 유지하면 된다. 이미 자신에게 의존하는 시장에 계속 물건을 팔면 된다. 그리고 미국이 도움을 필요로 할 때 원하는 것을 조금씩 요구하면 된다.\r\n\r\n그런 점에서 이번 미중 정상회담의 중요한 장면은 무엇을 주고받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크게 바꾸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에 반드시 나쁜 결과가 아닐 수 있다. Reuters는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의 수출과 무역흑자가 강한 상태에서 시진핑이 워싱턴에 들어왔다고 분석했고, 중국이 큰 합의보다는 무역휴전과 안정된 관계의 연장을 선호할 수 있다고 전했다.\r\n\r\n미국을 오늘 이길 필요가 없다면 시간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미국의 비용이 올라가는 것을 기다리면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요구할 수 있다. 대만에서 하나. 기술규제에서 하나. 관세에서 하나. 중국 기업 제재에서 하나. 이란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에 대한 2차 제재에서 하나. 반드시 전부 얻을 필요도 없다. 어제보다 하나 더 얻으면 된다.\r\n\r\n이것은 중국이 미국보다 강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미국이 여전히 더 많은 카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묘한 구도다. 미국은 세계질서를 지키는 가장 큰 비용도 함께 부담한다. 중국은 그 질서 전체를 책임지지 않으면서 자신의 몫을 늘릴 수 있다.\r\n\r\n그래서 중국 입장에서는 어쩌면 완전한 패권보다 불완전한 패권경쟁이 더 편할 수도 있다. 미국이 1등 자리에 남아 있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하지는 못한다. 중국은 1등의 비용을 모두 부담하지 않는다. 그러나 1등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r\n\r\n세계는 미국의 달러를 사용한다. 동시에 중국산 물건을 산다. 미군은 세계 바다를 돌아다닌다. 중국 화물선은 같은 바다를 돌아다닌다. 미국은 제재한다. 중국은 제재받는 국가와도 거래할 방법을 찾는다. 미국은 상대의 배를 나포할 수 있다. 하지만 중국은 그 상대의 원유를 살 수 있다.\r\n\r\n여기에서 다시 처음 장면으로 돌아간다. 미국은 이란산 원유를 실은 유조선을 미국으로 끌고 가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무인잠수정을 잡았다고 자랑한다. 두 나라는 상대의 실물을 빼앗으며 힘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 대결 뒤에는 더 조용한 힘이 있다.\r\n\r\n중국은 아무것도 나포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산다. 원유를 사고 광물을 사고 시장을 제공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물건을 다시 판다.\r\n\r\n미국이 이란의 배를 한 척 빼앗을 때마다 중국이 그 손실을 메워준다는 뜻은 아니다. 중국이 이란을 구해낼 수 있다는 뜻도 아니다. 다만 미국이 만들어내는 고립의 가격을 중국이 일부 바꿀 수 있다는 뜻이다.\r\n\r\n그 힘은 항공모함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다. 군사기지처럼 지도에 표시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한동안 우리는 ‘세계의 공장’을 낮은 자리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r\n\r\n하지만 세계가 돌아가려면 결국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원유를 사야 한다. 누군가는 광물을 가공해야 한다. 누군가는 기계를 만들어야 한다. 누군가는 소비재를 공급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매우 큰 규모로 할 수 있는 국가는 상대의 선택지를 바꿀 수 있다. 그것이 실물패권의 힘이다.\r\n\r\n미국은 지금 그 힘을 흔들려고 한다. 중국은 그 힘이 흔들리기 전에 미국을 쓰러뜨릴 필요가 없다. 오히려 미국이 패권 유지비를 계속 지불하는 동안 지금 가진 위치를 오래 유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그 사이 원하는 것을 하나씩 얻어간다.\r\n\r\n그래서 앞으로 볼 것은 중국이 언제 미국을 추월하느냐가 아닐지도 모른다. 조금 다른 질문이 필요하다. 미국이 중국을 필요로 하는 순간마다 중국은 무엇을 요구하는가. 그리고 미국은 그 요구 가운데 무엇을 하나씩 받아들이거나 거부하는가. 대만은 아마 가장 먼저 봐야 할 곳 가운데 하나다.\r\n\r\n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큰 거래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진핑이 트럼프에게 무엇을 약속했는지도 모두 알 수 없다. 그러나 중국이 서두를 이유가 없는 구조는 보인다. 미국은 자신이 만든 세계질서를 유지해야 한다. 중국은 그 질서 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남으면 된다.\r\n\r\n어쩌면 지금 중국이 원하는 것은 미국의 자리가 아닐 수 있다. 미국이 그 자리에 계속 앉아 비용을 내면서도, 중국이 원하는 것을 무시할 수는 없는 세계. 그 불완전한 상태야말로 중국이 가장 오래 머물고 싶은 자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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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ublished_at": "2026-09-28T01:09:36+00:00",
  "updated_at": "2026-09-28T01:19:36.8298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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